금산분리 폐지 논의의 배후에 삼성그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언론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은 금산분리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재계 논리를 대변하고 있고 국내 자본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거나 일부 언론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수 있다는 해묵은 논쟁을 꺼내기도 했다.
YTN은 지난달 30일 삼성금융연구소 내부 자료를 공개하고 “삼성그룹이 은행업 진출을 위한 5대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금산분리 폐지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내고 “참여정부의 금융정책과 국회의 입법활동이 일개 기업의 내부 문건에 놀아났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소문으로만 나돌던 ‘삼성은행’ 로드맵이 확인됐다”며 “고위 관료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법로비 여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YTN과 경향신문에만 보도됐을 뿐 다른 언론은 일제히 침묵했다.
금산분리란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를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면 특정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자금을 빼돌리며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든 원칙이다. 세계적으로도 예탁자 보호를 위해 금산분리 원칙을 따르고 있다. 100대 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은 4개 밖에 안 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앙일보 17일 시론에서 “금산분리 정책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제조업의 이윤율이 줄어들고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융업을 키워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이 처절한 몸부림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는 13일 금산분리 완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이 자리에서도 “금융 계열사 의결권 행사 지분을 15%로 제한키로 한 제한 규정은 즉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재벌개혁 과정에서 위축된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살려리고 경영진이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7일 <금산분리 폐지론 힘받는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동아일보는 8일 <“돈 출신성분 묻지 말자”>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자본에 붙은 꼬리표들을 떼어 내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이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재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형태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 곳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소장은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국민경제의 효율성 및 안정성 제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정부든, 외국자본이든, 또는 국내재벌이든 간에, 어느 한 세력에 의해 은행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도 10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적·제도적 장치를 불문하고 은행을 산업자본이 소유하고 지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 때문에 국내자본이 국내은행을 인수 못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며 “론스타가 HSBC를 선택한 것도 금산분리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를 폐지하면 이런 저런 부작용이 생길건 눈보듯 뻔한데…
이에 대한 대안들을 내놓기 보다는 “돈 출신성분 묻지 말자”라는 사설을
내놓는게 말이나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