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도 잘 먹고 아무 탈 없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사람들은 내 가족, 내 아이들에게 미국 쇠고기를 먹일 수 있는가 생각해 보라.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10년 이상이라고 한다.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 FTA 저지 사업 본부장이 이와 관련, 명확한 정리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문제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증명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 건강과 환경 정책은 ‘예방우선의 원칙’을 적용합니다. 즉 먼저 규제하는 것이죠. 그러나 미국식 FTA는 증명하지 못하면 수입하라는 겁니다. 어떻게든 FTA를 맺으려고(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는 감수하지 않는 위험을 축소하려는 게 문제입니다. 잘 모르겠으면 우선 금지시키는 게 맞겠지요. 어떤 규제든 그것이 필요불가결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라’, ‘못하면 수입규제’라고 하는 것이 무역/경제를 생명보다 우위에 놓는 미국식 FTA의 기본 발상입니다. 이른바 necessity test라고 하는 것이죠. 2년 가까운 논쟁에서 찬성론자들은 미국 대자본의 논리를 항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의 시민단체나 건강환경단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간단한 사실에 비춰 봐도 2003년 12월에 광우병 소가 발생했는데 4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천명의 인간 광우병이 발생해야 했다고 주장하는 건 정말 어거지입니다. 광우병의 잠복기가 대체로 10년 이상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영국의 경우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최소한 84건의 광우병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가장 어린 나이의 광우병 소는 20개월령이었다. 지난해 11월 농림부 보고서를 보면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임상증상 발생율은 약 0.05%”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정부도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정부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는 괜찮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미국은 한발 더 나가 모든 부위 보든 연령의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FTA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분위기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에 분해되지 않으며, 열이나 자외선, 화학물질에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600℃의 고온에서도 병원성이 소실되지 않는다. 0.001g만으로도 인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 광우병이 걸린 소 한 마리는 5만5천마리의 소에 광우병을 감염시킬 수 있다.
지난 기사를 내보내고 많이 받았던 질문은 역시 미국 사람들 다 먹는 쇠고기를 먹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 박 국장은 “영국에서는 광우병으로 160명 이상이 죽었는데 여전히 영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지적했다. 자기네 나라 쇠고기니까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이야기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조류 독감이 발생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닭고기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국장은 “미국 사람들이 먹는다고 과연 안전한 쇠고기냐”고 반문했다.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해 광우병 위험 국가에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상식이라는 이야기다. 조류독감이 발생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닭고기를 먹지만 우리 닭고기를 외국에 수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0년 뒤 또는 그보다 이른 시간 안에 미국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나섰다.
해법은 간단하다. 당신 자식들에게 먹일 수 있으면 수입하라. 그래서 당신 자식들에게 실컷 먹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