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기업’ KT의 황제 CEO, 황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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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KT 황창규 회장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달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죠?

= 네. 원래 아현동 지사 화재 사고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인데요. (4일에서 14일로 늦춰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늦추자고 했다고 하죠.) 황 회장의 개인 비리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현동 화재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무리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빚은 참사였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터질 사고였고 여전히 남아있는 위험이라는 겁니다.

= 황 회장이 최근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3월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요. 임기를 채우겠다는 거죠. 2014년 3월에 취임해서 한 번 연임에 성공하고 6년째 재임 중인데요. 퇴임 시점을 밝힌 걸 두고 일부에서는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조용히 물러날 테니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로 읽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 황창규 회장이 삼성전자 출신이죠?

= 메모리 반도체 용량이 1년마다 두 배씩 늘어날 거라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분이죠. 삼성전자에서 잘 나가던 분인데 이석채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선출됐습니다. 반도체만 하던 사람이 통신을 뭘 아느냐는 비판도 있었고, 통신에서도 황의 성장 법칙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죠. 취임 3개월 만에 8000명을 내보냈습니다. 자살을 막으려고 전국 지사의 옥상 출입문을 폐쇄했다고도 하죠.

3. KT에서는 황의 법칙이 안 먹혔던 건가요?

= 사실 통신 산업이 1년에 두 배씩 성장하기는 어렵기도 하고요. 황의 법칙이 KT의 법칙에 무너졌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KT의 법칙이란 건 회장이 바뀌면 일단 구조조정을 해서 경영 실적을 좋게 만들고 주가도 끌어올리고 연임의 발판을 만든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석채 전 회장이 그렇게 경영을 했죠. 전화국 시절 부동산이 많은데 그걸 팔아서 현금을 만들었고요. 일부 지국은 멀쩡한 건물을 팔아서 임대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걸로 영업이익을 늘렸죠. 자회사도 팔고 인공위성까지 내다 팔았습니다.

= 그래서 주인 없는 기업의 비극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회사의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 보면 이렇게 경영하지 않을 텐데 당장 실적을 올려서 연임을 해야 하니까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성과에 올인하게 되고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죠. 자리 보전을 위해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요. (실제로 황창규 회장도 청와대에서 낙점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4. 황창규 회장, 지금 검찰에 고발된 건이 여러 건이죠.

= 굉장히 많지만,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십 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경영고문을 고용했는데 이 사람들이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정치권에 줄을 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째, 상품권깡과 후원금 쪼개기 의혹도 있습니다. KT 직원 37명이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을 냈는데 이게 후원 한도 500만원을 피하려고 이름만 빌린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뇌물을 직원들 이름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상품권을 사들여서 돈 세탁을 했고요. 모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셋째, 엔서치마케팅(플레이디)이라는 회사를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인수해서 논란인데요. 이것도 고발돼 있는 상태입니다. (200억 원 정도 가치의 회사를 6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사위가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 그리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제대로 시험도 치르지 않고 채용한 정황이 있습니다. 서유열 전 사장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됐는데 그 윗선이 이석채 전 회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5. KT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죠? 그런데도 왜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걸까요?

= 이게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경영을 제대로 못하는 CEO를 내보내겠죠. 그런데 KT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우고 이사회에서 회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정관을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셀프 추천과 종신 집권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그래서 주인 없는 기업이지만 이건희 회장 부럽지 않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연봉이 23억 원이 넘고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전세 10억 짜리 타워팰리스를 회장 사택으로 쓴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임대료만 8000만원에 육박하고요. )

= 그런데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또 비리가 없을 수 없고 검찰을 동원해 탈탈 털면 한방에 날아가니까요. 실제로 이석채 전 회장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니까 자진 사퇴했습니다. 정부 지분은 없지만 정부가 찍어 누를 수 있는 자리였던 거죠. (이석채 회장은 배임 횡령 등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5-1. 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됐다는 의혹도 있었죠.

=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재판에서 황 회장이 직접 한 말입니다. 최순실씨가 추천한 사람을 안종범 전 수석이 추천하니까, 황 회장이 이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서 임원으로 채용했다는 거죠. 미르재단 등에 18억 원을 출자하고 최순실 소유의 광고 대행사에 물량을 밀어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KT의 경우는 연임을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왜 그렇게 연임에 목을 맬까요? 업계 사람들 이야기로는 KT 회장이란 자리가 재벌이 아니면서 기업인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라고들 합니다. 한번 앉으면 물러나고 싶지 않겠죠.

6. 한때 국내 최고의 통신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LG와 2~3위 자리를 다투는 상황이 됐죠.

= 실제로 시가총액이 LG유플러스에 뒤처지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입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혁신을 주도했던 황창규 회장이지만 KT에서의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콘텐츠에 투자해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데 KT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사람 자르고 자산 팔아서 이익은 냈는데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 거죠. KT는 회장의 안위 말고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 당장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모든 임원들이 회장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이나 비전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죠.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비교하면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서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 없는 기업의 전문 경영인이 황제로 군림하면서 회사의 미래를 잠식하는 안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7.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나 포스코에서 회장이 감옥에 가거나 중도 하차하는 일이 많았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 황 회장이 지난해부터 광고를 늘려가면서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관측도 많았습니다. 저는 이게 전문경영인의 타락이고 시장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어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을 퇴출시킨 것처럼 주주들이 행동에 나설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KT의 경우 외국인 주주가 절반 정도 되고 개인 주주들도 다 분산돼 있죠. 문제는 오히려 외국인 주주들은 이석채나 황창규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부동산 팔아서 주가를 끌어올려주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겠죠. 대부분의 주주들은 도덕성이나 사회적 책임 같은 건 관심이 없다는 게 불편한 진실입니다. 주주의 이해와 회사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KT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인 것 같습니다.

= 일단 불법 로비가 있었다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사회와 주주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게 맞는 순서입니다. 공기업이 민영화 이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많습니다. KT를 살리려면 지난 시절의 적폐를 청산하고 통신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