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몰락과 제왕적 총수 시대의 종언.

Scroll this
leejeonghwan.com audio
Subscribe
Voiced by Amazon Polly

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양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가요?

= 자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달 25일 회사채 600억 원을 갚아야 하고요. 올해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이 1조3200억 원이나 됩니다. (전체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4400억원이고요.)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 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냈는데요. 한정이라는 건 회계 처리를 믿을 수 없고 이 기업이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상장 기업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나흘 만에 다시 적정 의견을 받아내긴 했지만 지난해 당기 순손실이 1959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하기도 했고요.

2. 박삼구 회장이 끝까지 버티려고 했다고 하죠.

=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박 회장이 퇴진하고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경영 부실의 원인이었다고 본다는 거죠. 당장 현금이 필요한데 이미 있는 빚더미에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상황이 몇 년째 계속됐습니다. 이대로 가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채권단이 강하게 압박하면서 박 회장이 손을 든 것입니다. 보유 자산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거죠.

=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박삼구 회장 일가가 금호고속을 소유하고 금호고속이 금호산업을 지배하고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박 회장이 손을 떼고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면 채권단이 추가로 5000억 원 정도를 집어넣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유상증자도 하고, 그러면 대주주가 바뀌겠죠. 완전히 금호그룹과 계열 분리가 될 거고요.

 

 

3.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했는데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아시아나가 빠지면 그룹 규모가 쪼그라들게 되죠.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서열이 25위인데, 아시아나항공이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자산 규모 11조 원에서 4조 원 규모로 줄어들고 60위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저가 항공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죠. 아시아나에어포트와 아시아나세이버 같은 계열사도 있고요. 모두 한꺼번에 처분하게 됩니다. 어차피 연계되는 사업이라 남겨둘 의미도 없고요.

3-1. 그러면 어떤 회사가 남게 되나요?

= 사실 거의 남는 게 없습니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정도가 남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들이 한꺼번에 넘어가죠. 금호리조트까지 넘어가게 될 텐데, 금호산업이 아시아나와 관계 없는 일부 계열사들 지분을 확보해서 다시 조직을 정비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금호리조트 정도를 건질 수 있을 텐데 아시아나항공과 묶어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박삼구 회장 아들인 박세창씨는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있고 딸인 박세진씨는 금호리조트 상무로 있습니다.) 결국 고속버스와 건설만 남게 되는 거죠.

4.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그룹인데요. 이렇게 몰락하게 된 배경이 뭘까요?

= 승자의 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려막기 하다 망했다는 평가도 있고요. 2005년에 대우건설,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했죠. 대우건설 인수에 6조4255억 원을 들였는데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게 그룹 현금이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였죠. (일정 정도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하면 되사주기로 계약을 맺어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결국 4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놨죠. 1조5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대한통운도 4조1040억 원에 사들였다가 3년 만에 CJ에 팔았습니다. 역시 본전도 못 찾았고요.

4-1. 그 와중에 경영권 분쟁도 있었죠.

= 원래 1948년 광주여객(광주고속)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박찬구 회장이 동생인데, 금호석유화학을 갖고 떨어져 나갔습니다. 소송도 벌이고 상표권 분쟁도 있었습니다. 7년 동안의 형제의 난을 치렀죠. 1988년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하고 건설과 물류, 화학 등으로 사업을 키웠는데 지금은 남은 게 거의 없습니다.

5. 기내식 파동이 지금의 사태의 전조였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 지난해 7월이었죠.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업체를 바꿨는데 준비가 안 돼서 기내식 없이 비행기가 출발했고 승객들이 쫄쫄 굶었습니다. 기내식 업체 사장이 자살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중요한데요. 알고 보니 기내식을 공급받던 업체에 1600억 원을 투자하라고 했다가 거절하니까 중국 업체로 바꿨는데 그 업체가 사고를 친 겁니다. (중국 업체에 화재 사고가 있었고 중소 기업에 맡겼다가 물량을 못 댄 거죠.) 그만큼 돈이 궁했다는 거죠

5-1.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도 여러 군데 거론되고 있죠?

= SK, 한화, 신세계 등이 거론됩니다. 인수 자금은 1조6000억 원 정도로 크지 않은데 일단 부채 비율이 너무 높고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할 거라고 자칫 승자의 저주가 반복될 수도 있죠.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항공 산업의 전망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여객 수요는 늘어나는데 저가 항공사의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6.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느껴질 텐데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매각했다가 다시 인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현금을 댔고 결과적으로 재무구조가 부실해졌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도 회장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과 어떤 시너지도 없었죠. 그냥 이 회사 인수하고 싶다고 해서 대출을 끌어다 사업을 확장했고 (잘 됐으면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망한 겁니다. 승무원들을 기쁨조로 동원하기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황제 경영을 견제할 장치가 없었다는 게 금호아시나아그룹의 비극이었습니다.

 

7. 공교롭게도 대한항공도 흔들리고 있죠.

= 성격은 다르지만 두 회사가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한진칼-대한항공의 구조인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구조죠.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이 30% 밖에 안 되고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33% 밖에 안 됩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데 회장이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하면서 가족 기업으로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경영권을 지키려면 경영을 잘해서 주주들에게 신임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무너진 게 대한항공이고 회사가 망할 뻔한 상황에 이른 게 아시아나항공입니다.

= 한때 지주회사가 재벌 지배구조의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죠. 가진 것만큼 지배하라는 게 지주회사의 원칙인데 실제로는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였고 여전히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게 두 항공사의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확인한 교훈입니다.

8. 제왕적 총수 시대의 종언이다, 이런 평가도 나오더라고요.

= 조양호 회장은 쫓겨 났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스스로 물러났지만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SK와 코오롱, 효성 등도 전문 경영인 체제가 안착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도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죠. 총수가 뛰어난 경영인일 수도 있지만 그 아들이나 손자는 역사적으로 보면 아닐 가능성이 크죠. 자동차 하자 해서 자동차에 진출하고 반도체 하자 해서 반도체에 올인해서 사업을 키우던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 외형을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시장을 지배하던 재벌 시스템이 먹히지 않게 됐다는 사실, 그룹 차원의 투자, 그리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경제의 성장 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도 한국 사회에 남기는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