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논란 두 달이 드러낸 저널리즘의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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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 KBS ‘열린 토론’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부터 임명,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검찰 수사와 검찰개혁 논란까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조국 논란 두 달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핵심적 논제, 하나만 꼽아본다면?

= 조국 논란이 남긴 과제는 한국 사회에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국민들이 변화의 주체로 나섰죠. 불신과 냉소의 시대, 조국 장관의 검찰 개혁도 당연히 중요한 과제지만 지금 광장의 토론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고 한 단계 진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저널리즘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많았죠. 주변에 보면 뉴스를 보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밌다는 분들도 있고요. 기사에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있고 의도가 반영돼 있습니다. 기자들도 이 기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하는 기자들이 많은데요. 언론이 검찰과 함께 이 사건의 주요 플레이어가 돼 있다는 이야기겠죠. 검찰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언론이 사실을 취사선택하면서 진실을 규정하는 시대가 아니고 상당수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다시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서초동 앞에서 매주말 모여 “검찰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그 한켠에서는 조국 퇴진을 외칩니다. 또 광화문에서도 조국 퇴진 목소리가 있고요, 이렇게 양분된 민심은 어떻게 보나?

= 보수 진영도 광장의 문화를 배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고요. 둘로 나뉜 광장이지만 그 광장에 모인 분들의 주장도 다 다릅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지만 조국 수호에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요. 광화문과 서초동 사이에 어디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요.

= 한국적 민주주의 현상이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거대한 토론에 참여하고 있죠.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끊기도 하고 술자리에서도 논쟁이 격화되고 가족끼리도 의가 상하기도 하는데, 이게 모두 역동적인 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적 토론 문화, 그리고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괴롭고 혼란스럽지만 결국 정치가 끌어안아야 할 문제고,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말한다고 했지만 진보의 발전적인 분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이 작용하는 듯도 하다. 유시민 작가는 진영 논리가 왜 나쁘냐고 하지만, 진영 간 세 대결로 가는 모양새, 괜찮은 건가?

= 여기서 잘못 밀리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이 크게 흔들릴 것은 분명합니다. 검찰 개혁도 어려울 거고요. 조국이 이렇게 물러나면 누가 검찰 개혁에 손을 대겠느냐는 주장도 맞습니다. 다만 적절한 시점에 어떤 승부수가 필요했을 거라고 봅니다.

= 유시민씨든 누구든 진영에 속한 사람들은 진영을 위해 싸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편끼리 왜 그래? 이런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고 봅니다. 검찰 개혁 당연히 필요하고,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이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정면으로 맞서야 되죠. 그런데, 나경원이 더 심하다거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냐거나, 장관을 뽑는 거지, 예수님을 뽑는 거냐, 심지어 왜 진보에게만 도덕성을 요구하느냐, 이런 주장을 보면서 진보의 위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우리 편이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게 지식인의 태도고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좀 더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으로서는 누구나 정치적 지향이 있고 진영이 있겠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때는 우리 편이 있을 수 없습니다. 조국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검찰을 비판할 수 있고 문재인 정부가 실패해서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정의와 공정에 대한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조국 논란이 우리사회에 던진 화두를 하나씩 좀 살펴보자. 가장 지금 뜨거워진 건 검찰개혁. 지금이 적기 맞나? 한편에서는 사실상 피의자인 장관이 검찰개혁을 하는 건 코미디라고 하는데?

= 조국 장관을 피의자로 만든 게 개혁의 대상인 검찰의 작품이라고 보다면 피의자라서 검찰개혁의 자격이 안 된다, 명분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검찰이 지금까지 탈탈 털 듯이 수사를 했지만 권력형 비리라고 할 만한 혐의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다는 게 아니라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검찰이 자기 조직을 지키려고, 검찰 개혁을 무산시키려고 조국을 끌어내리려는 과잉수사의 문제. 둘째는 조국 장관이 검찰과 맞서면서 스스로를 희생양이나 불의에 맞서는 투사의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면서 쟁점을 희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 검찰이 불법을 입증하지 못하면 조국이 승리하는 구도.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닌데 검찰이 인사 청문회 마지막날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고 가족들을 탈탈 털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 조국 장관이 학자로서 검찰 개혁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고 원칙과 소신에서 최고 전문가인 것은 맞습니다. 비 검찰 출신이고 기득권에서 자유롭기도 하고요. 그러나 당연히 검찰 개혁은 집권 초반에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지금은 특수부 축소를 이야기하지만 특수부가 적폐 청산을 주도했다.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 중요한 과제가 많은데, 장관 주변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정치는 메시지고 메시지에 힘이 실려야 권력이 작동한다고 보는데요. 메시지가 공격 받고,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깝습니다.

= 한국 사회가 이처럼 권력의 시스템에 대한 토론이 활발했던 때가 없었죠. 검찰과 법원의 추상같은 권력에 벌벌 떨던 시대가 아니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논의해야 하는 중요한 국면입니다.

– 조국 논란 두 달을 보도하고 이끌어가는 언론 문제도 좀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이정환 대표, 지난 한달 사이 조국 장관에 대한 보도가 100만 건이 넘는다고 하는데, 과잉인가? 정상인가?

= 네이버 집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색 조건을 바꾸면 계속 바뀌는데요. 9개 일간지가 쓴 기사가 지면에서만 4390건, 전체 200여개 언론사의 온라인 기사는 실제로 저희가 교차 확인한 결과 8만 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가 한겨레보다 기사 건수가 두 배 이상 많고 확실히 보수 언론이 조국 이슈를 띄우는 경향도 발견됩니다.)

= 기자들이 기사를 삭제하고 있다거나 세월호 사고나 최순실 국정농단 보다 기사가 더 많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함량 미달의 기사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널리즘 원칙에서도 지난 두 달 동안은 언론의 참사라고 할 만큼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 지금까지 언론이 다른 기사를 이렇게 열심히 써봤냐, 일기장까지 뒤지는 검찰이나 언론이나 수준이 너무 낮다, 검찰이 불러준 기사를 받아쓰기만 한다, 국민들은 맥락과 진실을 원하는데 단편적인 사실만 쏟아내면서 여론을 호도한다는 등의 비판은 뼈아픈 부분입니다.

– 조국 장관 관련 단독보도들도 쏟아졌는데, 단독보도 절반은 검찰이 썼다.. 이런 보고서도 있더라, 그런데, 이렇게 취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 관행의 문제인가, 취재 시스템의 문제인가.

= 민주언론시민연합 집계에 따르면 9월10일부터 24일까지 7개 신문과 8개 방송에서 166건의 단독 보도가 나왔는데 검찰발 기사가 69건, 42% 정도 됩니다.

= 단독이라고 나가는 건 단독이라고 달아야 포털에서 잘 읽히기 때문이고요. 단독을 쓰고 다른 언론사에서 받아 써줘야 상을 받는 기사가 됩니다. 10분만 지나도 모두가 쓰게 되는 기사를 단독이라고 달고 내보내는 경우도 많고, 단독 거리가 아닌데도 단독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단독거리를 만들기 위해 기사 가치와 별개로 단독을 위한 단독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 당연히 새로운 사실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게 기자의 핵심 업무입니다. 그런데 일단 튀어야 한다는 강박이 지엽적인 팩트를 부풀리고 의제를 어뷰징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죠. 온라인 저널리즘과 특히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가 만든 폐해입니다.

= 저도 미디어오늘 오기 전에 다른 언론사에 있을 때 검찰 출입을 1년 정도 했는데요. 중요 사안이 있을 때 부장 검사가 공식 브리핑을 하긴 하지만 기사 쓸 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남들 다 쓰는 기사는 의미가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침이 되면 지금처럼 단독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그거 베껴쓰느라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독 기사에 목을 매는데 그게 대부분 검사들과 저녁 술자리에서 흘려주는 정보, 고등학교 대학교 고향 선후배 등등 친분을 통해 던져주는 정보인 것이죠. 의도를 갖고 던져주는 걸 알면서도 서로 이용하는 공생 관계, 이게 권력형 비리를 들춰낼 때는 선의의 경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돼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언론 역시 발을 빼지 못하고 검찰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사실 오늘 방송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분들이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 관련해서 실시간 댓글로 질문과 의견을 주고 계신데, KBS 보도국의 정확한 입장이 파악되진 않아서 저희도 조심스럽기는 하나, 많은 청취자분들이 궁금해하시니 좀 짚어보겠습니다. 이정환 대표, 기자가 보도내용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팩트체크하고 크로스체크하는 건 너무 중요한데, 이번 사안은 검찰을 통해 팩트체크한 게 논란. 어떻게 보세요?

= 일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방송과 KBS의 해명과 후속 기사를 종합하면, KBS가 김경록씨를 인터뷰하고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 기사는 나갔는데, 다만 김경록씨가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제대로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과연 KBS가 의도적으로 김경록씨의 주장을 편집한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단 KBS 보도로 새로 드러난 사실도 있습니다. 김경록씨 주장이 맞다면 조국 장관의 공직자 윤리법 위반 가능성이 있습니다. 블라인드 펀드라고 했지만 투자 내용을 정경심 교수에게 보고했다고 했죠. 정경심 교수가 직접 투자 의뢰를 하기도 했고요.

=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KBS가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는 것인데, 취재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검찰에 흘렸다, 확인 차원에서 검찰에 문의했고 보도도 했다, 두 가지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실 둘 다 같은 이야기인 게 검찰에 이 사람이 이러이러하게 말하더라, 검찰에서는 뭐라고 말했냐,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터뷰 내용이 흘러들어갈 수 있죠.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표현이 다른 건데요. 이 인터뷰 내용이 검찰이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KBS가 알려줬다거나 김경록씨나 정경심 교수에게 특별히 불리할 내용을 기자가 전달해 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KBS가 특별히 저널리즘 윤리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검찰이 플레이어고 검찰 수사 과정도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언론이 균형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고요. KBS 보도는 검찰의 주장을 인용하고 그 뒤에 김경록씨의 발언 중에 일부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죠.

= 다 떠나서 저 같으면 김경록씨의 인터뷰 전문을 올리고 독자들이 판단하게 했을 텐데, KBS 보도는 분명히 취사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 점에서는 알릴레오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김경록씨가 증거 인멸을 했느냐 여부도 두 방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KBS 기자들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 (방송 직후에 KBS가 취재팀을 배제하고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이건 또 한참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이사장이 양승동 사장이 나서라고 말한 직후라는 것도 공교롭고요.)

– ‘유죄 추정’ 보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건 언론이 가진 검증기능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매체 입맛에 맞춘 문제적 보도인가.

= 일단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와 권력에 대한 비판을 두 가지를 뒤섞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검찰은 수사 결과로 말하고 재판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이 언론 역할을 하고 언론이 검찰과 손잡고 심판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 알권리라는 말이 잘못 남용되고 있지만, 의혹은 한 번 제기된 이상 털고 가는 게 맞습니다. 표창장 이슈가 나왔는데 그걸 뭉개거나 그럴 리가 없을 거야, 사모펀드 차명 투자와 공직자 윤리법 위반 등. 어쨌거나 조국 장관은 한국의 제2권력자입니다. 저는 권력에 대한 비판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조국 장관과 가족들이 받고 있는 혐의가 권력형 비리냐, 누가 이걸 권력형 비리로 몰고 가느냐를 따져봐야겠죠. 언론계의 격언 가운데 모든 소스는 오염돼 있다는 게 있습니다. 기자들이 오염된 소스라는 걸 알면서도 받아쓰는 것도 문제고 모르고 받아 썼다면 무능한 것이죠.

= ‘쿨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놈도 나쁘고 저놈도 나쁘다, 혼자 정의로운 척 쿨한 척한다는 거죠. 저는 기자들에게 쿨병이라는 게 직업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검찰 개혁을 외치는데 기자들은 그걸 중우정치라고 부르거나 머리로 계산만 한다는 거죠. 기자들은 언제나 사안에서 거리를 둬야 하고 쿨병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현장의 논리에 갇혀 기계적 균형에 매몰될 위험을 동시에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유죄 추정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언론이 이런 사안을 접근할 때 유죄 추정도 문제지만 무죄 추정도 안 되는 것이죠.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인 거죠. 그 과정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고 의심하고 검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는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써야 하는 거고요. 의혹이 제기되면 탈탈 털어야 하는 게 언론의 책무입니다. 물론 검찰이 의도를 갖고 의혹을 흘리는 걸 그대로 주워담는 게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비판의 대상 뿐만 아니라 취재원과도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한국 사회에서 이런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 이정환 대표가 보기에 조국 논란 관련 보도 중 가장 문제적 보도는 어떤 거였나?

= 사실이지만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최악의 보도를 몇 가지 꼽는다면 조국 딸이 집에서 인턴을 했다는 검찰발 보도가 있었죠. 이건 거의 논두렁 보도처럼 교묘하게 말을 비트는 전형적인 받아쓰기 보도였습니다. 검찰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맥락과 다르고 본질도 아닙니다. 이밖에도 조국 딸의 자기 소개서가 5만원에 팔리고 있다는 단독 보도, 조국 어머니가 부산대에 그림을 기증했다는 단독 보도, 사모펀드에 투자보다 약정액이 크다는 보도 등등 약정은 그냥 약정일 뿐인데 엄청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죠.

= 한국일보가 역술가를 인터뷰해서 조국 후보자 관상을 보니 물러나는 게 맞다는 보도를 보내냈다가 삭제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가십 기사로 썼으면 모르겠는데 진지하게 각잡고 쓴 기사였죠.

= 서초동 집회를 진보 보수의 대결이라고 쓴 기사들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압도적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의 규모가 큰데 기계적 균형을 취했다는 거죠.

= 조국 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관급공사를 싹쓸이 했다는 보도는 충분히 가능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황만 있을 뿐, 추가 취재는 없고, 후속 취재도 없었죠. 던져 놓고 다른 의혹으로 옮겨가는 보도가 계속됐습니다.

= 지난달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두 건의 보도가 모두 조국 장관 관련 보도였는데요. 동아일보의 조국 장관 딸의 논문 1저자 논란 보도, 한국일보의 조국 장관 딸의 특혜 장학금 보도, 많은 독자들이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 쓴 이런 기사가 어떻게 상을 받냐고 분노했지만 어쨌거나 언론으로서는 할 수 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의혹을 던지기만 하고 진실 규명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의혹은 크게 또 다른 의혹을 부풀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다는 겁니다.

= 언론이 해명이 아니라 비판, 과정이 아니라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오래된 취재 관행입니다. 다만 지난 두 달 동안의 보도에서는 뉴스를 쏟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검찰이 왜 이런 정보를 흘리는가에 대한 자성과 검찰과 언론의 공생 관계에 대한 반성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익명을 보장하는 검찰발 보도를 끊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 기자들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적당히 검찰에 의해 이용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거나 이용 좀 당하더라도 단독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경쟁의 논리가 있는 것이죠.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낡은 취재 관행의 문제입니다.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아니라 언론이 진실을 재단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의 유착의 관행인 것이죠.

– 언론개혁 요구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언론개혁’도 한 구호) 언론, 어떻게 개혁해야 할까?

= 일단 짚고 넘어갈 것은 지금은 적어도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 개혁의 방향이 우리 편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라는 것도 아니고요.

= 그렇다고 과연 한국 언론이 진실의 편에서 불의와 맞서 싸우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조국 논란에서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는 독자들이 언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도 없는 것처럼 언론도 바닥을 향한 경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입니다.

=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자는 의견도 나오는데, 세무조사는 필요하면 하는 것이고 세무조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언론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의제 설정 기능이 급격히 약화돼 있다. 뉴스가 10만 건이 쏟아져 나와도 뉴스는 파편화돼 있고 독자들은 맥락을 읽기가 쉽지 않고 거대한 필터 버블에 갇혀 있다는 겁니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비판하지만 경제권력의 눈치를 보고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는 것, 시장에 종속돼 있다는 것도 언론 개혁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 조국 논란 두 달을 정리하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 우리에게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국과 윤석열 둘 다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검찰 개혁을 여기서 더 물러설 수는 없고, 이미 제기된 의혹을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공정한 수사와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오면 조국과 윤석열 둘 다 합당한 책임을 질 것이고 그것과 별개로 검찰 개혁은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광화문과 서초동을 모두 끌어안는 통합의 전망이 나와야 할 것이고요.

= 100만이든 10만이든,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초동과 광화문을 가득 채운 촛불은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십만이 거리에 나오면 사안의 성격이 달라지고 가치가 달라지죠. 대중을 가르치려고 들게 아니라 가치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결이 아니라 토론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정치죠. 이 국면을 잘 넘어서면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진전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 우리가 필터 버블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런데 전문가 지식인과 기득권 세력, 정치권도 거대한 필터 버블에 갇혀서 대중과 멀어져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그림, 민주주의의 자긍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메시지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