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수·경제지들은 일제히 한미 FTA의 2월 국회 통과를 주문하고 나섰다. 2월을 넘길 경우 4월 총선과 맞물려 비준이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마침 대한상공회의소는 한미 FTA가 1년 지연될 경우 한국이 지출할 기회비용은 15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왔던 한미FTA의 부작용에 대한 아무런 구체적인 논의 없이 시간에 쫓겨 어물쩍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보수·경제지들은 재계의 요구를 단순 전달하고 한미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선전하는데 그칠 뿐 정작 아무런 비판의 목소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대 현안인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중앙일보는 2일 사설에서 “한미FTA를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하기 바란다”며 “그것은 우리의 당부이자 국민이 내린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는 의원들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등은 노무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한미FTA를 국민의 뜻으로 둔갑시켜 막무가내로 국회 비준을 밀어붙이고 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한미FTA를 발효해야 한다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절대 다수의 일간지들이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1월31일 한미FTA의 조기 비준이 <17대 국회의 마지막 애국 기회>라는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 미국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 전략적인 자주외교”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서울경제는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강력한 비준 의지를 보인만큼 국회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어느 나라 신문인지 혼동스러울 정도의 주장이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왔던 투자자 국가소송제나 공공부문과 농업의 피해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없이 조기 비준을 외치는 목소리만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