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통계자료를 놓고도 해석은 천차만별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07년 연간 가계 수지 동향’을 놓고 대부분 언론이 소득 불균형이 확대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는데 조선일보는 세금 부담이 늘어났다는 분석을 끌어냈다.
조선일보는 15일 B1면 <소득 2배 뛸 때, 세금은 3배 뛰었다>에서 “근로자 가구의 세금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1.66배에 이른다”며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정부 5년 간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세금을 많이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는 봉급 생활자들이 번 만큼 세금을 낸 게 아니라 번 것보다 세금을 더 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통계 조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번 것보다 세금을 더 냈다”는 표현부터 문제가 많다. 2002년 기준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79만2400원에서 지난해는 367만5431원으로 88만3031원 늘어났다. 세금은 2002년 8만9743원에서 지난해 13만7716원으로 4만7973원 늘어났다.
다시 정리하면 소득이 88만원 정도 늘어나는 동안 세금이 5만원 정도 늘었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소득은 32% 늘어났고 세금은 53% 늘어났다”고 지적했지만 이는 세금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과장하기 위한 말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월급 찔끔 늘 때 세금 왕창 늘어난 셈”이라는 선정적인 중간제목을 달기도 했다.
더 정확한 비교를 하려면 소득 대비 세금 비율을 계산하는 게 맞다. 2002년에는 소득 대비 세금 비율이 3.2%였는데 지난해에는 3.7%로 늘어났다.
비율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조선일보가 제목으로 뽑은 것처럼 “소득이 2배 뛸 때 세금이 3배 뛰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건 지나친 과장이다. 애초에 소득이 2배 뛰거나 세금이 3배 뛴 것이 아닐뿐더러 소득과 세금 증가율을 따로 계산해서 이를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조선일보의 제목은 소득보다 세금이 더 많이 늘어나 오히려 실질소득이 줄었다는 의미로 오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분히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제목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의 ‘통계 장난’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된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의 소득 증가율 대비 세금 증가율은 1.66배에 이른다”며 “전두환 정부 때는 소득 증가율 대비 세금 증가율이 1.18배, 노태우 정부는 1.18배,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1.39배와 1.26배였는데 현 정부 들어 유독 소득 대비 세금 불균형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전두환 정부 시절 소득 증가율이 96.9%, 세금 증가율은 무려 108.5%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애초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조세 부담률을 계산하지 않고 굳이 소득 증가율 대비 세금 증가율을 계산해 소득 대비 세금 불균형이 역대 최고라는 이상한 결론을 끌어냈다. “이러고도 세금 폭탄 아니라고?”라는 부제목은 조선일보의 의도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은 12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소득세 구조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면서 “실질 소득은 높아지지 않는데 세금만 늘어났던 셈”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물론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올해부터 조정된 과표가 적용될 전망이다. 그런데 실질 소득은 높아지지 않는데 세금만 늘어났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04년 기준 19.5%로 미국(18.8%)이나 일본(18.5%)보다는 높지만 프랑스(27.3%)나 독일(20.6%), 이탈리아(28.7%), 영국(29.3%)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6.5%에 이른다. 국민연금 등을 감안한 국민부담률을 따져봐도 우리나라는 24.6%로 OECD 평균 35.9%에 턱없이 못 미친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OECD 최저 수준이고 IMF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세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와 머니투데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이 같은 통계 자료를 인용해 계층 간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과 대조된다.
이렇게 보면 이해가 참 쉬운데, 그냥 통계 가지고 쓴 기사들 보면 왜 오류가 쉽게 안찾아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인지..
여튼 공부하고 갑니다.
블로그 스킨 구조가 바뀌었네요. 음. 이게 더 보기 좋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