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달러화가 약세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낮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뛰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 이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올해 3월14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0.4%나 절하됐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과 원화 가치는 반비례한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혹시 혼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34조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면서 달러화 공급이 부족해졌다는 이야기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세계적인 신용 경색이 그 원인이다.

데이터스트림과 삼성증권의 집계에 따르면 13개 미국 대형 금융기관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초 1조4608억달러에서 이달 14일 기준 8400억달러로 6208억달러(42.5%)나 줄어들었다. 1년3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주가가 여전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부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체적인 손실 규모로는 시티그룹이 1752억달러(64.0%)로 가장 크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812억달러(33.9%),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이 824억달러(44.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한 메릴린치도 시가총액이 399억달러(48.6%)나 줄어들었다. 프레디맥과 페니메이도 시가총액이 68.9%와 62.2%씩 줄어들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외국인 주식 매도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고 보기도 어렵고 채권 시장에서는 오히려 순매수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환율이 오르는 것일까. (왜 원화 가치만 유독 더 떨어지는 것일까.)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환율 급등의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할 경우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250억달러까지, 당초 예상의 5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수출 둔화도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달러화의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니 당연히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곡물, 원자재 가격의 급등도 경상수지 적자와 환율 급등의 원인이다.

선물환 매수가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특히 해외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환율 급등을 방어하기 위해 매수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선물환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입하는 경우도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애초에 환율 예측에 실패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금융기관들 책임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단기 외화차입을 크게 늘려왔다. 국내 예금은행의 단기차입은 2006년 413억달러, 지난해에는 328억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신용경색이 확대되면서부터다. 그동안 단기차입이 환율을 끌어내렸다면 단기차입이 어려워지고 일부 상환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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