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소득세율을 1% 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분히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지만 과연 이를 무작정 환영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누가 얼마나 혜택을 보는가를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현재 4개 과표구간별로 8~35%까지 책정돼 있는 종합소득세율을 단계적으로 내릴 계획이다. 인하 폭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구간별로 1% 포인트씩 내리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종합소득세율은 1200만원 이하는 8%, 1200만~4600만원 이하는 17%, 4600만~8800만원 이하는 26%, 8800만원 초과는 35%씩이다.

만약 한나라당의 계획대로 구간별로 1% 포인트씩 내린다면 1200만원 이하는 7%, 1200만~4600만원 이하는 16%, 4600만~8800만원 이하는 25%, 8800만원 초과는 34%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과세구간에 따라 감세 폭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과세표준 3천만원의 경우 지금은 412만원(96만+306만)인데 372만원(84만+288만)으로 40만원이 줄어들게 된다. 과세표준 1억원의 경우 2186만원(96만+578만+1092만+420만)인데 34%로 낮아지면 2088만원(84만+544만+1050만+408만)으로 98만원이 줄어들게 된다. 같은 1% 포인트지만 혜택은 고소득 계층이 훨씬 더 크다.

과표구간이 상향조정되기 전인 2006년 기준으로 과세표준 8천만원 초과 납세자는 11만1천 명으로 전체 납세자의 4.7% 밖에 안 됐다. 이들이 낸 세금은 6조1738억원으로 66.9%에 이른다. 4천만~8천만원 구간은 15만4천명으로 전체 납세자의 6.6%, 세금은 1조3707억원으로 14.8%였다.

만약 1% 포인트 세율이 인하되면 2006년 8천만원 이상 상위 4.7%의 줄어든 세금은 1조4375억원(평균 5562만-4267만), 1인당 1295만원씩이다. 그리고 4천만~8천만원 6.6%의 줄어든 세금은 1909억원(평균 890만-766만), 1인당 124만원이 된다. 나머지 4천만원 미만 88.7%의 줄어든 세금은 2070억원, 1인당 10만원 정도가 된다.

다시 정리하면 상위 5%는 1295만원씩, 그 다음 7% 정도는 124만원씩 나머지 88%는 10만원씩 세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상위 5%가 전체 소득세의 67% 정도를 부담해 왔는데 그 비율이 줄어들게 된다는데 있다.

게다가 과세금액이 낮아 소득 공제 등으로 세금을 돌려받아 사실상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노동자의 경우 50.4%, 자영업자의 경우 47.5%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감세 혜택과 전혀 무관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6년 기준 근로소득자 1334만7000명 가운데 과세자는 662만1000명으로 49.6%만이 세금을 냈다.

세금을 깎아준다는 건 언뜻 반가운 소리지만 나라 살림을 줄이지 않는 이상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시 국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역진적인 감세 정책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해 세원을 발굴하는 한편 지나치게 확대 운용되고 있는 비과세와 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행히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늘린다는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쥐꼬리만큼 줄어든 세수 역시 고스란히 저소득 계층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조삼모사 정책으로 변질될 우려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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