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결국 폐지하기로 했다. 또 지주회사 요건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출총제 적용 대상인 10개 그룹 31개 계열사가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규모 기업집단 공시제도를 도입해 특수 관계인 거래 현황 등을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참고 : 한겨레의 자가당착… 지주회사 투자요령? (이정환닷컴)
참고 : 이건희, 삼성생명지주회사로 삼성전자 지배 가능하게 되나. (이정환닷컴)

출총제 폐지는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고 진보진영에서도 출총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던 만큼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주목할 부분은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보완이 없고 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이번 입법예고에 따르면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현재 200% 이내여야 하는 부채비율 규제를 없애고 비계열사 주식을 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폐지된다.

최악의 경우 재벌 총수일가가 추가 자본 확충 없이 부채를 끌어들여 자회사 지분을 늘리는 일도 가능하게 된다. 향후 금산분리 원칙까지 완화될 경우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의 자산을 동원해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벌 체제의 대안이 과연 지주회사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LG의 경우만 봐도 수많은 부작용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를 분리하고 한계 사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해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을 억제하게 해주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이번에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행 지주회사제도의 마지막 존립 의미마저 사실상 사문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인적분할 후 공개매수 내지 제3자 유상증자의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평균 23.2% 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나 손자회사들의 이해충돌 위험은 해소되지 않은 채 총수일가의 지배력만 강화됐다는 이야기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공기업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구조조정 기업들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소수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에 포함된 동의명령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동의명령제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명령제 도입으로 기업 부담이 줄고 피해자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위법 정도가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해치면 동의명령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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