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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콘텐츠 생산자들 수익 배분 선결돼야.”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자리를 잡은 것은 언론사들에게 비용을 치르고 뉴스 콘텐츠를 구매해 콘텐츠 유통 허브의 구색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불법 ‘펌질’이 난무하고 비용의 적정성 여부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뉴스 서비스 없는 네이버가 과연 가능했을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설득력을 갖춘 주장이다.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콘텐츠학부 교수는 IPTV의 선결 조건으로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합리적인 보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콘텐츠는 편집 행위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맥락 재화’로서 성격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시간과 공간, 의도 등 맥락을 무장해제 시킨다는 것은 콘텐츠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심 교수가 “방통융합 논의 과정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의 역할이 경시되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주목된다. 심 교수는 “콘텐츠 제작자의 판형권을 인정하지 않는 강요된 접근은 생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방송사가 잘 나가는 콘텐츠를 굳이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것. 심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콘텐츠 생산자들, 작가와 연기자, 연출가 등을 포함,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SO, PP, IPTV사업자, 통신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콘텐츠 전문 유통회사 또는 마켓 플레이스의 도입을 제안했다. 시나리오 작가와 외주 제작사 등과 수익을 배분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콘텐츠의 외부 유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심 교수의 주장은 콘텐츠와 망 동등 접근 권리를 둘러싼 지지부진한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심 교수는 “통신사업자들은 소비자 권익을 명분으로 방송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 하고 있고 방송사들은 공공성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면서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논의의 중심이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공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콘텐츠로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심 교수는 “시청률은 낮지만 공적 가치가 높은 고품질 콘텐츠에 한해 콘텐츠 동등 접근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심 교수는 이른바 ‘디지털 광우병’이라는 개념으로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콘텐츠 난개발을 확산시키고 자칫 소수 특권 문화와 저급 통속 문화로 양극화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기술과 경제논리를 넘어 콘텐츠의 질적 개선에 논의를 집중하자는 이야기다.

심 교수는 또 “IPTV가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 줄 거라는 맹목적인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사업자들과 가전업체들에게는 확실히 새로운 기회가 되겠지만 빈곤한 중산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심 교수는 “문화 영역의 콘텐츠와 경제 영역의 신사업, 디지털 기술을 융합 명목으로 강제 결합시키는 인위적 획책 풀고 하나의 시장 실험과 자율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최근 제도 개편은 통신사업자들에게 특혜를 부여, 콘텐츠의 원활하고 자유로운 유통과 거래 전반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버스전용차로(IPTV망)에 대형버스(KT·SK텔레콤)만 들어갈 수 있느냐”면서 “승합차량(오픈TV 등)은 금지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폐쇄형 IPTV 모델이 아니라 주스트나 애플TV 같은 글로벌 콘텐츠 구매과 유통 서비스를 추구하는 오픈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정보화 공공재로 인식해 일정 기간 전매와 임대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통신사업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디지털 케이블 등 대체 망을 통해 IPTV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업체들을 겨냥해서도 “기술과 경제논리에만 집착하지 말고 콘텐츠를 창조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도 헌신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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