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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었는데 500만원 세금? 조선일보의 황당한 억지.

보수·경제지들의 세금 딴지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 신문들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와 부동산 양도세, 법인세, 상속세, 그리고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세금과 공적보험에 대해 막무가내로 세율과 보험료 인하, 또는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해 왔다.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높다고 주장할 때도 있고 전체 조세 대비 비중이 높다고 할 때도 있었다. 특정 개인의 사례를 부각시키면서 세금 폭탄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9일 조선일보에 실린 금융종합소득세에 대한 비판 기사도 이 연장선에 있는 기사다. 이번 기사는 특히 터무니 없는 억지를 넘어 수준 이하의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황당한 펀드 세금 ‘5월의 저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00만원 벌었는데 500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 주부 윤모씨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윤씨는 글로벌 부동산 펀드에 1억7천만원을 투자했는데 지난해 3월 결산 시점에 3500만원의 수익이 났고 500만원의 세금이 나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주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은 1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수익은 100만원인데 세금은 500만원이 나온 것이다.

조선일보는 윤씨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배(실제 수익금 100만원)보다 배꼽(세금)이 5배나 큰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 터진 펀드 대박 때문에 연간 4천만원 이상의 금융 소득을 올린 금융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은행이나 증권사에 세금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더 억울한 사례도 있다. 김모씨는 1억원을 일본 펀드에 투자했는데 30% 정도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펀드는 주식과 별개로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원금의 10%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데 여기에 별도로 세금이 부과된다. 조선일보는 “3천만원을 날리고도 41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빚을 내서 세금을 내라는 뜻이냐”는 김씨의 항변을 전하기도 했다.

금융종합소득과세는 금융소득이 연간 4천만원을 넘을 경우 그 초과분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하는 제도다. 도입 취지는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도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고 조세형평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테면 근로소득이 4천만원에 이자소득이 5천만원인 사람은 근로소득세 17%(1200만원 이하는 8.8%, 4600만원 이하는 18.7%)를 적용, 629만2천원과 이자소득세 15.4%인 770만원, 둘을 더하면 1399만2천원이지만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상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근로소득 4천만원에 금융소득 4천만원 초과분인 1천만원을 더한 5천만원이 과세표준으로 종합소득세가 855만8천원, 여기에 이자소득세는 4천만원까지 15.4%로 616만원, 합계 1471만8천원으로 72만6천원을 더 내야한다.

조선일보가 예로 든 윤씨와 김씨의 경우는 만약 이들이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자라면 사례에 소개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 상품을 포함해 금융소득이 4천만원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를 빼놓고 “100만원 벌었는데 500만원이나 세금을 내야 한다”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애초에 금융종합소득과세는 금융소득이 4천만원 미만인 사람은 해당이 없다. 100만원 벌었는데 500만원이나 세금을 내는 경우는 윤씨의 경우처럼 결산시점 기준으로 평가이익이 많았거나 근로소득이 많아 세율이 높게 매겨진 경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결산 시점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 것이고 윤씨의 경우 3500만원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소득이 더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100만원 이익에 500만원의 세금이 나온 것이 아니라 4천만원 이상 금융소득에 윤씨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임대소득 등을 더해 종합과세하고 누진 적용해 늘어난 부분이 500만원이라는 이야기다.

결산시점을 문제 삼는 것도 적절치 않다. 만약 해마다 결산을 하지 않으면 금융종합소득과세를 피하기 위해 단기 환매를 부추기게 된다. 이를 테면 환매 차익이 4천만원이 넘지 않도록 여러 차례 끊어서 환매와 재가입을 반복하는 편법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환매 시점에 한꺼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나눠서 부과하는 것이다.

윤씨나 김씨의 경우는 결산시점에 평가이익이 많았기 때문에 세금이 늘어난 뿐 만약 결산시점 이후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면 오히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평가이익 대비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맥락을 빠뜨리고 특정 사례를 부각시켜 “5월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조세제도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씨의 사례는 더욱 적절치 않다. 김씨가 가입한 주식형펀드는 애초에 과세 대상이 아니다. 배당이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기는 하지만 주식형 펀드의 수익은 주식 매매차익이 대부분으로 주식형 펀드는 금융종합소득과는 거의 무관하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3천만원 날렸는데 세금을 41만원이나 냈다”는 건 터무니 없는 억지다. 3천만원을 벌었거나 날렸거나 주식형 펀드를 제외한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고 이 경우에도 김씨가 이 펀드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을 포함, 합계 4천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빼놓고 있다. 김씨가 이 펀드 하나에만 1억원을 투자했고 그 가운데 MMF의 비중이 10%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다른 금융소득이 없다면 애초에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자가 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는 또한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자가 2006년 기준으로 3만5924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빠뜨리고 있다. 전체 인구의 0.08%에 이르는 비율이다. 조선일보가 대변하는 이들 상위 0.08%가 벌어들인 금융소득은 무려 6조8600억7200만원, 1인당 평균 1억9437만원에 이른다. 조선일보는 도대체 뭘 문제 삼고 싶은 것일까. 금융종합소득 과세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면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황당한 것은 세금이 아니라 이들의 억지 논리와 현실 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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