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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와 보유세 강화, 경실련과 토지정의의 입장 차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에서 큰 입장 차이를 보인다. 경실련이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도입에 주력하면서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와 성과를 끌어냈다면 토지정의는 보유세 강화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토지정의는 분양원가 공개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지정의 이태경 사무처장은 “투기적 가수요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물량의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도 주변 집값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결국 최초 분양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폭리 구조를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집값 안정에는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토지정의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근본 해법이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하는 것이라고 보고 보유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처장은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고 부동산 시장의 가격 매커니즘을 회복시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경실련 김헌동 본부장은 “보유세 강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한 가지 정책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와 대출규제, 실거래가 신고제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이나 토지정의나 큰 방향은 같지만 어디에 방점을 찍고 주력하느냐에 따라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를 보인다.

토지정의가 경실련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경실련이 정작 이미 집 가진 사람들의 불로소득을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토지정의는 현행 6억원 이상으로 돼 있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3억원이나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서울 지역의 대부분 주택이 종부세 대상자가 되고 광범위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토지정의의 주장에 따르면 종부세를 강화하면 그만큼 집값이 떨어진다. 물론 새로 집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떨어진 집값만큼 집을 보유할 때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지만 이 경우 관건은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어떻게 활용해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이냐다. 이를테면 종부세를 높이는 대신, 부가가치세나 근로소득세를 낮추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처장은 “경실련이 부동산 원가공개에만 주력하면서 정작 근본적인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 가진 사람들이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투기적 욕망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투기적 수요와 집 값 거품을 잡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설회사들 문제도 많지만 건설회사들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실련은 종부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종부세를 강화해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토지정의의 주장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종부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집 가진 사람들 대부분을 적으로 만들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토지정의는 노무현 정부가 상위 2%의 반발을 무릅쓰고 종부세를 도입한 것과 관련,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적인 결단이었다고 높이 평가하지만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를 미룬 노무현 정부를 부동산 폭등의 주범으로 보는 것도 두 단체의 좁힐 수 없는 차이다. 공통점이라면 두 단체 모두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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