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유혹은 입주민들에게나 건설사에게나 짜릿하고 매혹적이다. 지난 3일 주요 언론에는 대림산업이 서울 구로동 중앙구로하이츠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는 기사가 떴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31일 열린 이 아파트 조합 창립총회에서 98%의 지지로 리모델링 시공사에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뿌렸고 이를 언론사들이 받아서 쓴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대림산업은 시공사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 뿐이다.
내막을 들여다 보면 리모델링 사업이 실제로 추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한 추진이 된다고 해도 그 성패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많지만 정책 추진단계에서 입주민들 사이에 거센 반목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끝나거나 추진과정에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정작 리모델링이 끝나고 난 뒤 손익계산을 해보니 빚만 남고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579가구가 있는데 리모델링을 통해 81㎡형(24평형) 63가구가 105.6㎡형(32평형)으로, 93.1㎡형(28평형) 225가구는 124.2㎡형(38평형)로, 104㎡(31평형) 291가구는 140.8㎡형(43평형)로 각각 면적이 늘어난다. 104㎡형의 경우 현재 시세는 3억~3억5천만원 정도인데 140.8㎡형으로 늘어나면 4년 뒤 6억5천~7억5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게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의 주장이다.
문제는 비용인데 입주민들은 1억5천만~1억8천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3억원짜리 아파트에 1억5천만원을 들여 6억5천만원을 받고 판다면 2억원 가량이 남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빠진 계산이 있다. 2년 이상 나가서 살 전세값이 필요하고 그동안 이자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 운영비와 관계자들 인건비도 공동 부담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4년 뒤 아파트 값이 6억5천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리모델링 이후 이 아파트가 다른 신축이나 재건축 아파트에 비교해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리모델링의 경우 기본 골조와 옥내 내력벽 등을 그대로 남겨둔 상태에서 발코니와 복도를 주거공간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면적을 넓히기 때문에 아파트가 세로로 긴 기형적인 형태가 된다. 일조량이 적고 통풍도 잘 안 되는 단점이 생긴다. 게다가 개정 소방법에 따라 천정도 20cm 이상 낮아지게 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층수를 높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분양이 없고 내 집을 내 돈으로 고치는 방식이라 입주민들 부담이 크다. 신축 비용의 70~80%를 들이고도 2년 이상 나가서 살아야 하고 주거면적민 조금 늘어났을 뿐 완전히 새 집도 아니고 헌 집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된다. 주변의 신축 아파트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많지만 성공사례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합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한명철씨는 “오를 거라고 생각하니까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씨는 “어디나 반대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만 결국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모델링 반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입주민 이성구씨는 “상당수 입주민들이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말에 솔깃해서 동의서를 써줬다가 후회하고 있다”면서 “동의서 철회를 원하는 입주민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조합이 설립되고 입주민의 80% 이상 동의를 받으면 공사가 시작된다. 끝까지 반대하는 20% 이하 입주민들은 법원의 조정에 따라 강제로 아파트를 팔고 떠나야 한다. 동의는 했지만 리모델링 비용을 조달하지 못하는 입주민들 역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이 아파트의 경우 3분의 2 이상 입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 조합을 설립했지만 아직 80%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씨는 “대다수 주민들이 리모델링의 본래 목적인 주거환경 개선은 뒷전이고 시세차익에 눈이 멀어 위험천만한 머니게임에 뛰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건설사 주장과 달리 실제로 공사에 들어가면 공사비가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오르는 경우도 많고 조합 운영비용과 전세자금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10평 남짓 넓히는데 2억원 이상을 들이고 정작 아파트 값은 거의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상당수 아파트들이 어떻게 하면 시세차익을 늘릴 수 있을까 하는 투자 개념으로만 접근해서 평형을 최대한 늘리고 이왕이면 브랜드 가치가 있는 대형 건설사들에게 시공을 맡기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입주민들의 세심한 투자분석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모델링 관련, 언론보도에도 문제가 많다. 건설사들이 보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배껴쓰거나 리모델링 추진 사례를 부각시키면서 정작 그 부작용과 실패 사례에는 침묵하는 편파적이고 무책임한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건설사들 폭리구조를 방관하면서 무분별한 투기를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빚더미에 올라앉는 피해자들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공감합니다..
웬만하면 그냥 좀 살았으면 좋겠어요.. 헐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