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소비자들 심판…조중동 버티기 어려울 듯.”

촛불집회는 조중동의 편파 왜곡보도에 대한 반발과 더 나아가 방송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한 언론 소비자 운동으로 촉발시켰다. 조중동의 광고주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시청 앞 광장의 촛불 시위대가 여의도 KBS 앞까지 몰려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언론 유관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고 방송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여론 통제에 나서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언론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미디어오늘이 21일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토론회 장소를 청계광장으로 잡은 것은 향후 언론 개혁이 언론 소비자들, 바로 시민들 주도와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맡았고 토론 패널로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처장과 양승동 프로듀서연합회 회장, 오동운 MBC PD수첩 프로듀서, 원용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재국 경향신문 기자,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300여명의 시민들이 현장에서 토론을 경청했고 진보신당 칼라TV 생중계를 통해 참여한 네티즌이 동시 접속자 기준으로 최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본문.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사회) :

굉장히 특별한 토론회를 시작하려고 한다. 보수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공영방송에 대한 열망이 이미 우리 같은 전문가들의 고민을 넘어서는 수준에 왔다.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건네다 보이는 이곳 청계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언론의 현 주소를 돌아보고 발전적 전망을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부터 토론을 시작하자. 아무도 이렇게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조중동이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됐다. 급기야 검찰까지 나서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들을 수사하겠다고 한다. 언론 소비자운동으로서 안티 조중동과 광고주 불매운동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서 말씀해달라.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처장 :

광고주 불매운동은 우리 언론운동 단체들도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시도조차 못했던 강도 높은 언론 소비자운동이다. 조중동이나 이명박 정부의 민감한 반응을 보면 역설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이 이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폭언이나 협박이 아니라 친절하게 ‘광고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면 어떡할 건가. 이명박 정부는 네티즌들에게 겁을 주면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동안 촛불집회에 대한 이 정부의 반응과도 비슷한 것 같다. 겁을 주고 배후론 들이대고 색깔론 뒤집어 씌우면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네티즌들은 오히려 더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다. 걷잡을 수 없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활동이 위축된다고 하는데 문제 있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다. 신문이라는 상품에 대해서 독자들이 왜곡보도를 문제 삼는 것이 뭐가 문제되나. 핵심을 잘 짚었다. 신문을 보지 않는 불매운동으로는 조중동이 겁을 먹지 않는다. 조중동은 신문을 팔아서 먹고 사는게 아니라 광고로 먹고 산다. 이들을 압박하려면 이들의 광고주를 압박해야 한다. 과연 이걸 처벌할 수 있을까. 법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검찰수사를 강행하는 것일까.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일단 겁을 주려는 것이다. 언론운동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아무리 겁을 줘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조중동 폐간 국민 캠페인’이라는 카페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사항이 떠 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제품 값에 포함된 광고비를 지불하는 잠재적 소비자로서 건전하지 못한 언론사에 이득을 주는 광고를 중단해달라는 소비자의 의사를 행사하는 것이다. 불쾌함을 유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전화나 메일, 또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때는 예의를 지켜달라.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의사전달은 이 운동의 동력을 떨어 뜨린다.”

이 불매 운동에 대해 광고주협회가 법무부에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네티즌들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조선일보는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했고 동아일보는 “배후에 좌파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공지사항을 봐라. 여기에 어떤 위협이 있고 선동이 있는가. 여기에는 민주시민의 상식과 이성이 있다. 네티즌들은 미국산 쇠고기 보도에 대해 조중동의 보도가 편파적이고 왜곡됐다는데 대해 분노했다. 광고주 불매운동의 갖는 의미는 조중동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제 조중동 뿐만아니라 어떤 언론이든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왜곡된 의제 설정이나 편파적이거나 이중적인 보도태도를 보일 때 강력한 소비자운동에 직면할 수 있다.

이재국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토론회를 하다 보니 한때 동아일보에 입사하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떠올라 참담한 기분이 든다. 동아일보가 어쩌다가 사이비 찌라시라는 말은 듣는 지경까지 왔을까, 동아일보 동료 기자들이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얼마 전에 동아일보 광고국장이 작성해서 주요 광고국장들에게 보낸 메일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부 좌파세력이 광고주 불매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재벌, 주요 대기업 광고주들, 그리고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보수언론들이 모두 한통속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권력을 장악하고 여론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인터넷을 전방위 통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는 하나의 징후일 뿐이다. 국가정보원에서 어쩌면 간첩단 사건 같은 걸 터뜨릴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비이성적이고 야수적인 정부의 언론 통제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상재 :

좋은 지적이다. 정부가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대한 통제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전망을 어떻게 보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학계에서는 언론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하곤 한다. 제도를 바꾼다는 게 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 몫이기 때문에 언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학계에서 시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스스로 좋은 신문, 좋은 방송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좋은 신문과 좋은 방송을 만들자는 운동에 매진해 왔다. 안티조선이나 시청료 납부거부운동도 있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8년 6월 촛불정국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언론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거에서 한 표 한 표 던지는 것을 ‘종이 돌’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이전에 돌을 던지면서 항거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 시장에서는 종이 돌이 돈이다. 시장에서의 종이 돌이 드디어 이 국면에서 작용을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이 좋은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 바뀌어야 할 언론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도약을 위한 한 단계 더 성숙한 모습이다. 이 때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꾸로 시민들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바뀌면 된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조중동의 기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종이 돌을 얼마나 더 맞아야 하는지 빨리 자각해야 한다. 기자들은 경영에 대해 책임을 안 진다. 기자는 종업원이 아니다. 종업원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위한 전문직 종사자다. 경영 문제에 연연하기 보다는 기사를 어떻게 바꾸고 시민들 소리를 어떻게 듣고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종이 돌의 공격을 받는 신문사들에도 괴로워하는 양심 있는 기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분들이 분연히 수치를 떨치고 일어나 환영받는 언론이 됐으면 한다.

최상재 :

21년 전 1987년 6월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동아일보 힘내라”고 했다. 그런데 21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은 경향신문을 지나면서 “경향신문 힘내라”고 구호를 외치고 동아일보 앞에는 쓰레기를 쌓아 두었다. 동아일보 기자들의 진지한 반성을 요구한다. 인터넷 통제 관련 추가할 의견이 있나.

조준상 :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합법이라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포털이 언론 기능을 하고 있다며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사이드 카 이야기도 나왔고 명예훼손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포털이 의사소통 행위를 스스로 스크린해서 임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포털은 스스로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지난 선거 때 보면 언론으로 역할을 하고 여론을 호도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털은 은밀하게 편파적으로 하는 언론기능을 포기해야 한다. 포털이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끌어와 제목을 바꿔달거나 뉴스 경중을 매기는 등 편집 기능을 최소한 하지 않는 한 정부가 책임성을 높여야한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법망으로 치고 들어올 수 있다. 만약 포털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공간으로 남고 싶으면 중립적인 척하면서 언론의 역할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버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정보통신망법 개정운동에 나서야 한다.

최상재 :

방송 공공성 문제로 화두를 바꿔보자.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YTN 사장에 낙하산 사장이 내려왔고 KBS는 정연주 사장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여의도 KBS 본사 앞에는 날마다 수백명의 촛불 시위대가 공영방송을 사수하자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고 바꾸려고 했지만 바뀌지 않았던 신문과 방송 등 이른바 올드 미디어들이 네티즌들의 거센 요구에 의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원용진 :

언론학 교과서를 보면 정부가 방송을 통제하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는 정말 과거의 역사 한 페이지로 흘러간 치졸한 방식이다. 이를테면 대선 때 방송특보를 했던 사람들은 과거에는 언론인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정치에 몸을 담은 정치인이다. 그 사람들이 다시 언론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가 정치를 그만두면 다시 언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쇄산하겠다면 국민들 목소리를 듣는 통로인 방송장악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에게 사죄하는 진심어린 모습 아니겠는가. 촛불시민들이 여의도까지 넘어간 이유를 생각해 보라. 시청 앞 광장과 여의도가 다른 공간이 아니고 쇠고기와 방송이 다른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말 진심으로 잘못한 점을 인정한다면 방송에 관여하지 않고 자기 사람으로 방송 채우겠다는 욕심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촛불을 끌수 있는 길이고 시민들 마음을 다스리는 길이다. 그것이 아니면 쇠고기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방송장악 음모를 그만두기 바란다.

양승동 프로듀서연합회 회장 :

우리 프로듀서연합회가 며칠 전에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한 게 있다. 시민들이 어제까지 8일째 K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그분들이 무슨 얘길 하는지 듣기 위해 만났는데 동아일보에서 이를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기사를 썼다. KBS 노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PD협회가 촛불시민들의 배후가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촛불시민들과 PD협회장 등이 모여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과거에도 KBS나 KBS PD협회에 대해서 악의적인 왜곡 보도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제소를 하게 됐다.

사실 시민들이 KBS 앞으로 몰려오기 전에 KBS 내부에서 좀 더 강력하게 방송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면 시민들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죄송스럽다. 많은 시민들이 날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밤샘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도저히 체력이 안 돼서 새벽 2시쯤이면 들어가곤 했는데 언제까지 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최소한 KBS 특별감사가 끝날 때까지는 있겠다고 하더라. MBC만 해도 내부적으로 단결돼 있지만 KBS는 내부에 분열과 갈등도 많고 진통이 심하다. 이를 조중동이 악의적으로 부풀리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 민심이 KBS 내부도 변화시켜서 바람직한 공영방송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동운 MBC PD수첩 PD :

며칠 전에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출신인 진성호, 김용태 의원 등이 MBC와 PD수첩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도 많고 전문가 협의를 거쳤다면서도 내용이 형편없이 부실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농림수산식품부도 PD수첩을 명예훼손으로 수사의뢰했다.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지키지 못한 점, 졸속적이고 부실한 협상을 했던 점 등을 들어 국민에게 두 차례나 사과를 했다. 그런데 사과를 한 바로 다음 날 농림부가 PD수첩에 대해 소송을 건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다. 이명박 정부는 PD수첩의 당시 보도가 괴담이었고 그 괴담에 국민들은 현혹되어 거리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 게다가 부실 협상의 1차적인 책임이 있는 농림부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이 누구 때문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PD수첩은 만약 수사가 시작된다고 해도 떳떳하게 모든 내용을 밝히고 당당하게 조사에 임할 준비돼 있다.

조중동의 비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조중동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고 협상 내용도 충분하다고 국민들에게 강변했다. 그런데 촛불이 거리를 가득 채우자 이명박 정부에게 소통 모자랐다면서 국민들 마음을 헤아리라고 논조를 바꿨다. 조중동은 PD수첩 보도가 과장이고 허위·왜곡이라고 주장하면서 PD수첩과 언론들 국민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고 있다. 조중동의 행태에 같은 언론 종사자로서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만약 국민 안전에 위험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추적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언론의 태도다.

양승동 :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나서 “이명박 정권이 KBS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며 “정연주 사장이 남아있어서 그렇다”는 취지를 말을 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정권이 바뀌면 정권 입맛에 맞게 방송 논조도 바뀌어왔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그렇게 안 되니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정연주 사장 퇴진을 위해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KBS 이사회를 통해 사퇴 권고안을 추진하려다 무산됐고 감사원을 통해 1주일 이상 특별감사를 하고 있고 동시에 KBS에 납품하는 외주업체들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KBS의 뒷조사에 혈안이 됐다. 검찰에서도 두 차례나 소환요청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동의대 감사를 하겠다고 했고 신태섭 이사에게 사퇴 압력을 넣기고 했다. 국가 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사장이 사퇴하면 바로 청와대 의중을 실은 인사를 사장으로 앉힐 것이다. 특별감사를 하면 대단한 비리나 부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물론 털어서 먼지 안나는 것 없다고 뭔가 나오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몇몇 신문을 이를 확대왜곡할 것인데 과연 얼마나 먹힐까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될 국가기간방송법이다. KBS 1TV와 2TV를 분리시킨 다음 EBS도 포함시켜 국영채널을 통폐합하고 그쪽 표현대로 하면 공영방송 다운 공영방송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KBS도 미국의 PBS 같은 영향력 없는 방송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NHK만 해도 자민당 정권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NHK는 KBS의 대안이 아니다. MBC 경우는 국가기간방송법 안으로 들어오든지 민영방송으로 나갈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 말이 민영방송이지 사실은 사영방송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시민들이 공영방송 수호라는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이상 국회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재 :

공영방송은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방송을 정권이 장악하면 ‘땡전뉴스’처럼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제대로 방송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어떤 정권이든지 공영방송 체제를 놔두려는 나라가 거의 없다.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NHK는 일본 자민당이 실질적으로 접수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면 NHK 주요 간부들이 국회로 들어간다. 그런 방송이 정부에 잘못이 있더라도 비판할수 있을까. 못한다. 의식있는 PD들이 위안부 문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보수단체들이 압력을 넣어서 방송을 못한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것도 이런 시스템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을 끌어내리고 예산 편성권을 국회가 가져가려고 한다. 지금 한나라당 의석이 3분의 2에 육박한다. KBS 예산권을 국회가 가져가면 밑에서 KBS가 양심적인 보도를 하려고 할 때 예산배정을 안 해줄 수도 있다. 공영방송 체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시민들이 인식해야 한다.

이재국 :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4인방으로 흔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재민 제2차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을 꼽는다. 최시중 위원장과 이동관 대변인은 모두 공교롭게도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유일하게 청와대 수석들 가운데 살아남았다. 흔히 청와대 핵심 관계자 멘트로 인용되는 사람이 바로 이동관 대변인이다. 그 핵심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과연 이걸 쇄신이라고 부를 수 있나. 경향신문이 공영방송 낙하산 인사에 대해 집중보도한 적 있다. 그 기사를 보고 이동관 대변인이 “이분들 모두 언론계 계셨던 분들 아니냐”면서 “언론인 출신이 언론에 다시 내려간다는게 무슨 문제냐”고 하더라. 기자가 기자 그만두고 나와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서 떨어지고 다시 언론인으로 돌아가는데 이게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인가. 심히 우려스럽다. 최시중 위원장. 이분 굉장히 오지랖이 넓다. 국무회의에 일일이 참석한다. 그런데 자신은 국무위원 아니라고 사표도 안 냈다. 최근에는 촛불 민심과 관련해 인터넷에 문제 있다고 대책 세우겠다고도 나섰다. 이런데도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뼈저리게 반성했다고 한 말을 믿을 수 있는가. 나는 못 믿겠다.

최상재 :

언론 공공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는데 앞으로의 방안은 어떤가.

김유진 :

KBS 앞에서 촛불 집회 하던 날 나는 울면서 왔다. KBS 내부에서도 포기한 상황이고 시민단체들도 힘이 없고 도대체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3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한강을 건너 여의도까지 몰려갔다.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적에 기여한 세력이 조중동이고 이명박 정부다. 불과 2~3주전까지 어떤 분위기였냐면 최시중 얘기하면 최시중이 누구냐고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최시중 사퇴가 광장의 구호로 등장했다. 조중동 역시 언론운동의 대중적 확산에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조중동은 최근 일련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를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까지 정권에 넘어가면 민주주의의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확산시켰다.

언론운동을 하면서 신문방송 겸영허용의 폐해를 어떻게 쉽게 설명할 것인가가 늘 고민이었는데 이번에 모든 게 해결됐다. ‘조중동 방송 소유 반대’,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게 설명됐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워크숍에서 나경원 의원은 국가기간방송법 도입과 관련, 보수와 진보와의 한판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님 완전 착각한 것이다. 만약 이 법을 밀어붙이면 보혁 대결이 아니라 정부와 국민과의 대결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변화된 의식수준을 반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마 방송은 물론이고 모든 영역에서 국민들과 직접 부딪히게 될 것이다.

최상재 :

MBC도 민영화 문제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MBC 구성원들 생각을 말해달라. MBC가 민영화되면 어떤 문제들이 생겨난다는 것인가.

오동운 :

국민을 위한 방송아니라 사주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하거나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뉴스데스크나 PD수첩 등을 통해 추구해 왔던 진실을 찾는 보도가 민영화 이후 낙하산 인사가 주도하는 시스템에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시청자와 국민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이다. MBC 구성원들은 전체적으로 민영화 음모에 단호히 대처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각오하고 있다.

최상재 :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언론 소비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언론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공영방송 사수에 뜻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 담론을 주도해 왔던 보수언론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광장에서 다시 모일 기회가 있다면 언론 공공성과 방송독립, 언론 자유 등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토론회 뒷 이야기.

이날 토론회는 당초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3시부터 열리기로 돼 있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문화연대 콘서트의 음향이 너무 커서 부득이하게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토론자들과 방청객들이 직접 책상과 의자를 들고 날랐고 진보신당 칼라TV팀도 부랴부랴 방송장비를 옮겨왔다. 자리를 다시 잡고 토론을 시작한 것은 오후 4시10분께, 마침 이 자리에서는 오후 6시부터 보수단체의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토론 도중 칼라TV로 토론을 시청하던 네티즌들의 의견도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소리가 울리니 마이크를 가깝게 대지 말라”거나 “카메라를 클로즈업 해서 토론자의 표정을 잡아달라”는 등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 사회를 맡았던 최상재 위원장은 메모를 전달받고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다”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자리잡은 자유발언의 영향인지 현장에서 즉석 발언을 요청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어르신들의 발언이 많았는데 한 어르신은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KBS나 MBC가 과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도 있다”고 따끔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100% 공감한다”면서 “1987년도 방송 민주화 운동 이후 현실과 타협하고 수익성에 골몰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위기 겪으면서 반성도 많이 했고 앞으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토론 중간중간 “이 빨갱이 좌파들”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방청객 가운데 일부와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 집회가 예정된 6시가 가까워오자 분위기는 갈수록 험악해졌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토론 열기는 오히려 달아올랐다. 유난히 많은 박수를 받았던 이재국 기자와 오동운 PD 등은 토론회가 끝나자 팬들에게 둘러쌓였다.

Similar Pos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