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헤지펀드 펀드매니저라고 생각해 볼까요. 미국 경제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동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증가 등으로 외환위기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시작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의 여파도 수습되기는커녕 오히려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달러화를 내다 팔고 있습니다. 제가 환투기꾼이라면 지금 한국에서 달러화를 내다팔겠습니다. 환율이 오를 게 뻔한데 정부가 환율을 계속 낮추고 있기 때문이죠. 정부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의 이야기다. 환율이 오를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환율이 내릴 이유는 전혀 없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국제 유가도 거침 없이 뛰어오르고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열심히 주식을 팔고 있고 은행들은 단기 외채를 잔뜩 끌어다 쓰고 있다. 이른바 브릭스를 비롯해 신흥시장 나라들은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자칫 동유럽이나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환율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 단기외채 비중이 높다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개월 짜리 단기 외채가 부쩍 늘어났는데 선물 만기는 1년 이상이고 만약 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확산되고 외채의 롤 오버가 안 되면 갑작스럽게 달러화 수요가 폭증할 우려가 있다. 전 연구위원의 표현에 따르면 하방 경직성은 강한데 위쪽으로는 뻥 뚫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환율 하락을 막겠다고 나섰다.
취임 초기, “성장을 위해서는 환율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으로 시장을 경악케 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한때 환율 급등을 조장했던 그는 7일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환율을 잡겠다고 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개각에서 그를 유임시켰다. / 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공동 브리핑을 통해 “향후 외환수급 사정과 환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며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외환보유액을 동원해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상승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크게 오를 경우 국내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 연구위원은 “물가를 잡는 근본적인 대안은 금리를 올리는 것이지만 정부로서는 경기 위축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환투기꾼 입장에서는 지금이 베팅할 절호의 찬스”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전략을 노출한 이상 투기세력 입장에서는 버티면 이기는 싸움이 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 환시장의 과수요를 막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투기적 수요가 몰려들면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 결국 환율이 오를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투기세력들이 환율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조장하고 실제 달러화를 사는데 오히려 이 시점에서는 당국이 명확한 안정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투기를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선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집권 초기만 해도 환율이 높은 것이 좋다는 판단 아래 의도적으로 환율 급등을 조장해 왔다. 그러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민들 불만이 터져나오고 여러 대외 변수로 물가가 급등하고 내수가 급격히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뒤늦게 부랴부랴 환율을 잡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나섰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가 성장률 둔화에 당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좀 더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할 때지만 한 번 칼을 꺼낸 상황이라 이제와서 집어 넣을 수도 없고 일단 갈 데까지 가보자는 전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선물 이경숙 연구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가는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환율을 잡는다고 물가가 잡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무구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외환보유액이 감소추세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6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581억달러로 최근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규모다.
그러나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단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이상 투기세력의 접근을 차단하고 환율 급등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 연구원은 “역외시장차액결제선물환(NDF) 등에서 수익이 난다고 가정하면 아직 외환보유액에는 여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자칫 유가 급등이 계속된다면 막대한 손실을 입고 환율 급등을 방치하게 될 위험도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이 자칫 국제적으로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시장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미세조정을 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도 용인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결국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이 성과를 거둘 것이냐다. 2500억달러는 많은 돈 같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규모에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그동안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고 당연히 시장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저는 생각이 틀립니다.
환율이 오를 이유나 내릴 이유 모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를 통해서
환율상승을 견제하겠다고 하는 것이 꼭 비난받아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굳이 내릴 이유를 들자면 강만수씨는 전체적인 달러 약세의 기조 속에서 오히려 원화약세를 의도적으로 조장 내지 방조(?)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원화약세가 오히려 저에게는 조금 이상한 정책이었고, 물가상승의 큰 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책당국이 늦었지만 환율상승에 대한 방어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은 방향자체는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외환보유고는 금고에 넣어야 할 돈이 아니라 활용하여할 돈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차피 환율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경제의 경기침체보다 미국경제의 침체가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환율이 하락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현 정부와 경제팀이 아무리 밉다고 하더라도 너무 자극적 제목을 뽑으신 것은 아니신지.
물론 증권회사 애널의 의견이었다손 치더라도 말이죠.
잘 보았습니다.
강만수, 김종훈, 어청수, 최시중 정도는 날려야지 반성하는 개각이지요.
이명박 정치를 장사꾼처럼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