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개사 쓰러지는 주택건설업계 부도 도미노.” 5일 문화일보 사설 제목이다. 이 신문은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의 조사결과 올들어 6월까지 부도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180개사로 지난해 상반기 125개사에 비해 44.9% 늘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업계가 영세업체 미신고분까지 포괄한 미분양분은 정부 집계 13만여채를 넘어 그 2배 수준, 25만채에 이른다”며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계 주장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올해 들어 180개사가 문을 닫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율로 따지면 0.27% 밖에 안 된다.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최근 건설업계의 호들갑이 얼마나 과장됐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일단 건설사 수가 1998년 2만3575개에서 6만5115개로 3배 이상 늘어났다. 1998년에는 1374개사가 문을 닫았는데 올해는 상반기까지 180개다.

미분양 물량은 올해 3월 기준 13만1757채로 1998년 10만2701채보다 많다. 그러나 악성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2채, 15.5%에 지나지 않는다. 1998년에는 1만8102채, 17.6%였다. 나머지는 아직 짓지도 않은 선분양 아파트다. 건설업계가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최근 미분양 사태가 외환위기 때만큼 심각하지 않은데다 건설사들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분양가를 살펴보면 최근 미분양 사태의 좀 더 본질적인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03년 3.3㎡당 603만원에서 올해 6월 기준 1214만원으로 2배(101.3%) 이상 뛰어올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24% 이상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서두진 간사는 “시세보다 1.5배 이상 높게 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 미분양 아파트가 중대형 평형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0㎡(18평)이하 규모의 소형 평형이 전체 공급 물량의 4.5%(5517호)에 그친 반면, 85㎡(25평) 초과 규모는 50.7%(6만2500호)나 됐다. 서 간사는 “건설사들이 서민들 수요가 많은 소형 평형 아파트를 외면하고 이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 평형 아파트에 몰리면서 공급 과잉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대구, 울산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선 상황이다. 주택 보급률이 각각 133.8%와 127.9%에 이르는 충남과 경북 등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택 보급률 전국 평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8%에 이른다. 서 간사는 “시장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급 경쟁에 나선 건설사들 경영 실패가 미분양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 보도는 대부분 건설업계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4일 “건설업계 죽을 지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건설업계 연쇄부도는 일용직 등 고용 감소로 이어져 서민 경제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경제도 이날 “미분양에 묶인 돈만 22조… 살얼음판 걷는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연쇄 도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7일 미분양 사태 해결을 위해 미분양 아파트 추가 매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분양 대책에 따라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1143채를 사들인 바 있다. 이번 3차 매입에서는 준공 전 미분양 물량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대부분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단순 인용하고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작 비싼 분양가나 공급 과잉, 그리고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 등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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