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문제만 나오면 우리 언론은 냉정함을 잃고 민족주의로 환원한다. 핵심 쟁점은 2003년 9월 외환은행 매각이 과연 합법적이었느냐와 그 결과 론스타가 얻게 된 천문학적 규모의 시세차익은 과연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과연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그 책임이 우리 정부에게 있는지 아니면 론스타에게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재판들이 모두 이번 매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된 재판이 있고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된 재판이 있지만 재판 결과, 론스타의 불법 행위가 드러난다고 해도 2003년의 매각을 원점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론스타가 애초에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안 됐다는 주장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론스타의 6개 펀드의 출자지분을 모두 파악하고 산업자본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그리고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제대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과연 정부에 그럴 의지가 있을까.

이런 맥락에서 최근 외환은행 노조의 돌출 행동은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 지부는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 이름과 고용 등을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고심하고 있는 HSBC로서는 든든한 원군을 만난 셈이다.

이를 두고 노조가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며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과거 국민이나 하나은행 등이 인수하려고 했을 때는 반대하더니 왜 하필이면 외국계 은행인 HSBC와 손을 잡느냐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따져보면 우리은행을 빼고는 국내 대부분 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이미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대부분의 언론이 론스타의 먹튀를 비판하지만 정작 먹튀를 막을 해법은 아무도 제시하지 않는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이상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외환은행은 조만간 다시 한 번 거대한 머니게임의 매물로 나올 운명이다. 론스타 이후를 고민해야 할 때지만 외환은행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하다.

노조 입장에서는 론스타의 먹튀가 불가피하다면 다른 대형 은행에 흡수통합 되기보다는 독자 생존이나 최소한 외환은행의 간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노조를 비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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