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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셋값이 떨어졌다고? 강남 부자들 엄살도 심하다 .

오지랖도 넓다. 한국경제신문이 28일 1면에 “강남 집주인 ‘전셋값 시름'”이라는 제목으로 강남 땅부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김아무개씨의 사연인 즉슨, 2006년 하반기에 서울 잠실에 112㎡ 아파트를 융자 5억원을 포함, 12억5천만원을 주고 샀는데 이 아파트를 최근 10억원에 팔려고 내놨다는 것.


1가구 2주택자인 김씨에게 이 아파트는 철저하게 투자대상이다. 만약 이 사례가 사실이라면 김씨는 융자 5억원을 빼고 나면 7억5천만원을 투자해서 2억5천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김씨가 이런 눈물겨운 손해를 감수하고 아파트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추락한 때문이다. 2006년에 2억2천만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1억7천만~1억8천만원까지 떨어졌다. 김씨의 경우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새로 세입자를 받더라도 당장 5천만원 정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2억5천만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5천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신문은 “2006년에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출을 최대치로 받아 은행권에 더 이상 손을 벌리기 힘들어졌다”면서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한도도 줄어들어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제2금융권에서 고율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의 분석과 달리 강남 전셋값은 오히려 뛰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 강남지역 전셋값은 3.3㎡당 1001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천만원을 넘어섰다. 3.3㎡당 가격이 1001만원을 나타냈다. 송파구와 은평구, 중구 등 일부 지역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아니었다. 실제로는 매매가는 떨어지는데 전셋값은 더 오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신문이 사례로 든 잠실 일대는 최근 1만8천여 가구 신규 분양물량 입주가 임박하면서 기존 단지들 매물이 늘어난 탓이 크다. 강남구의 경우는 대부분 전셋값이 3.3㎡당 1천만원을 넘어섰다. 대치동 대치아이파크의 경우 145㎡의 경우 전셋값이 6억5천만~7억5천만원 선으로 무려 한 달 새 5천만원이나 올랐다. 이 신문은 일부 지역의 사례를 전체 추세인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이어 24면 “집값·전셋값 하락에 대출원금 상환 겹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 강남권 집주인들이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기존 악재에 전셋값 하락과 원리금 동시상환까지 더해졌다”고 위기감을 부각시켰다.

매매가 12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2억2천만원이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서울과 경기 지역 웬만한 아파트의 전셋값이 매매가의 70%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투기적 수요와 거품이 심각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는 17.6%다.

1년 반 뒤에 매매가는 10억원으로 줄어들고 전셋값은 1억8천만~1억7천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들어와서 살겠다는 사람들은 1억8천만원 이상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데 팔리기는 그 5배가 넘는 10억원에 팔린다. 여전히 수요공급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10억원은 이 아파트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투기적 욕망과 추과 수요가 만들어낸 거품이 만들어낸 가격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신문이 이날 별지로 발행한 “거품 빠지는 강남 Buy or Sell?”이라는 기획기사다.

이 신문은 “명품 강남 투자시대는 끝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거품이 빠진 지금이 강남 진입의 기회”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거품 가격이 빠졌다는 것은 그만큼 매수 세력이 두터워졌다는 뜻도 되고 여전히 강남을 대체할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도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강남 부동산 가격이 올해는 당분간 약세를 보이겠지만 정부와 여당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다시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말은 전셋값의 5배가 넘는 아파트 매매가가 다시 뛰어 오르기 시작할 것이고 강남 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고 투기적 가수요가 살아나면서 투자 기회가 넘쳐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부 지역의 전셋값이 떨어졌지만 곧 반등할 거라는 이야기다. 이들이 대박을 터뜨리는 만큼 이들의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집 없는 사람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단초가 바로 지금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위 2%를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와 세제개혁이다. 끔찍한 재앙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이들 지면에는 오히려 기대감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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