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 나흘에 걸쳐 부분파업을 했다. 2일 2시간, 10일과 16일에는 각각 4시간, 그리고 18일 6시간을 포함, 모두 16시간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이 나흘 동안 모두 1만5514대의 생산차질과 238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고 이를 대부분의 언론이 그대로 받아썼다.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생산차질과 손실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재고가 부족해서 주문물량을 못 맞추는 상황이 아니라면 생산차질이 곧 손실이 되지는 않는다. 대리점마다 서너달치 재고를 갖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에서 미국까지 배로 싣고 가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리는데 겨우 16시간 공장을 덜 돌렸다고 손실이 된다는 건 터무니 없는 엄살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내수 62만대와 수출 108만대를 더해 모두 170만대를 판매했다. 1년에 170만대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 고작 16시간 공장을 멈췄다고 1만5천대 이상 생산차질을 빚었다는 주장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16시간을 더 일하면 되는 것 아닌가.
과거의 경험을 보면 파업이 끝난 뒤 야근과 주말 특근 등으로 생산차질을 대부분 만회해 왔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파업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재고물량을 조절하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굳이 생산차질을 감수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대차의 7월 판매실적을 보면 19만2천대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3.6% 정도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수는 RV(레저용) 차량 판매가 23.6%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경유가격 상승 탓이라고 보는 게 맞다. 승용차 판매는 오히려 10.8% 늘어났고 전체 내수 판매는 5만3천대로 0.4% 줄어들었다.
수출의 경우는 6만대로 21.4%나 줄었는데 현대차는 이를 파업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 파업과 무관한 현대차 해외공장 판매 역시 23.1%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특히 중국에서 베이징 올림픽 관련, 트레일러 운행을 제한한 것도 판매대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생산라인이 부족한 탓인데 이를 애먼 파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원래 생산차질과 손실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현대차 파업은 거의 손실이 없거나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되곤 했다.
실제로 사상 최장의 파업이 있었던 2006년에도 파업이 타결된 직후 내수 재고가 1만8천대로 보통 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대기주문이 무려 3만대를 넘어섰다. 한 달 가까이 파업이 계속됐지만 재고가 바닥날 정도는 아니었고 대기주문을 소화할 경우 어렵지 않게 만회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이야기다.
현대차는 파업손실이 1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그해 생산대수는 162만대로 2005년 168만대와 비교하면 4만대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 매출 역시 27조3362억원으로 2005년 27조3850억원보다 488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파업손실 1조5천억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결과적으로 30배 이상 부풀려졌던 셈이다.
뉴스를 보면서도 ‘뭐뭐 파업 때문에 몇천억의 손실’ 이라는 내용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좀 명확해 지네요..^^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