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한글날 특집.

당신이 웹 사이트 관리자라면, 굳이 관리자가 아니라도 어느 기업이나 단체에 소속돼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당신이 자주 가는 사이트의 검색 창에 당신 이름을 입력해 보라. 아마도 당신은 몇 글자를 치다가 백 스페이스 키를 연거푸 눌러 모두 지우고 한영 전환 키를 누른 다음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이트들이 마찬가지다.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이 118개에 이르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언론사, 대학교 등의 홈페이지를 조사했는데 이 가운데 106개 홈페이지가 영문 입력이 기본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이게 참, 애매하기도 한 게, 주소 입력 창이나 아이디 입력 창 등에는 영문이 기본으로 돼 있는 게 편하고 또 검색어 입력 창이나 게시판 글쓰기 등은 한글이 기본으로 돼 있는 게 편하다.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는 당연히 영문 입력이 기본으로 돼 있다. 일방적으로 한글 입력이 편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한글 입력이 많을 거라고 생각되는 입력 창에는 한글을 기본으로 설정해 두는 것이 편하고 좋다. 두 말하면 잔 소리.

이게 과연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국어문화원에서 보내온 자료에 안 나와 있어서 직접 찾아봤는데 깜짝 놀랄만큼 간단하다. HTML 소스 코드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다.

보통 텍스트를 입력 받을 때 input 명령어를 쓰는데 ime-mode라는 옵션을 추가해 주면 된다. 이를 테면 이런 방식이다.

<input type=”text” name=”id” value=”jeonghwan” style=”ime-mode:auto;”>

여기서는 auto라고 돼 있지만 옵션을 active로 하면 한글이 기본으로 설정되고 inactive로 하면 영문이 기본으로 설정된다. disabled로 하면 영문이 기본이고 한영 전환이 안 된다.

(이정환닷컴도 방금 고쳤다.)

흥미로운 건 남 원장이 한글 입력 문제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이들 106개 기관과 기업, 단체에 보냈다는데. 전향적으로 시정을 한 곳도 있고 일부는 첫 페이지만 손을 본 곳도 많다. 그런데 야후코리아의 답변이 놀랍다.

야후코리아 2008. 9. 11. 오후 4:08

안녕하세요? 고객님.
야후! 코리아 고객센터 ○○○입니다. 야후! 코리아 검색창의 기본 입력 모드 변경으로 문의 주셨군요? 문의 주신 사항 잘 받아보았습니다. 고객님께서 문의하신 사항은 저희가 지정한 사항이 아니며,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기본 설정입니다. 따라서 야후! 코리아에서는 해당 사항을 수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렵게 문의 주셨는데 도움을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생활의 활력소! 야후!코리아 http://kr.yahoo.com

다음은 국어문화원이 공개한 조사 결과다.

처음부터 한글이 기본으로 돼 있던 곳은 국립국어원, 미디어다음, 경향신문, 대법원, 법제처, 전북교육청 등 6곳.

첫 화면만 한글을 기본으로 설정한 곳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경기도, 전라북도, 서울시, 울산시, 조선일보, 한겨레 등 8곳.

시정 요청에 따라서 즉시 시정한 기관은 청와대, 국회, 환경부, 국토해양부, 검찰청, 국세청, 병무청, 조달청, 국립국악원,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동아일보, 동덕여대, 가톨릭대, 부산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부산시교육청 등 18곳.

시정 요청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은 기관은 중앙행정기관(10곳) :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부, 법무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기관(22곳) : 문화재청, 감사원, 경찰청, 관세청, 통계청, 특허청, 소방방재청, 중소기업청, 기상청, 식품의약품안전청, 해양결찰청, 국가보훈처, 국가정보원, 금융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립극장,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농촌진흥청,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신문고. 지방정부(9곳) : 대구시, 인천시, 광주시, 대전시, 제주도, 강원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언론사(13곳) : 한국방송, 문화방송, 서울방송, 한국정책방송, 중앙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네이버, 엠파스, 야후코리아, 네이트, 파란. 대학교(17곳) :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 세종대학교, 건국대학교, 동국대학교, 명지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정당(2곳) : 한나라당, 민주당. 교육청(13곳) : 서울교육청, 대구교육청, 인천교육청, 광주교육청, 대전교육청, 경기교육청, 강원교육청, 충남교육청, 충북교육청, 전남교육청, 제주교육청, 경남교육청, 경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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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한글 우선의 원칙도 중요하겠지만…
    사용자 편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어떤 원칙에 의해서
    사용자들의 편의가 제약될 때,
    요즘 같은 세상에 아주 난리가 나죠.

    ‘Name은 반드시 한글이다’ 혹은 ‘Email은 반드시 영어다’ 하는 가정들이
    사용자들을 더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

  2.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따져보아도 한/영 전환을 ‘강제’로 설정하는것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구요. 또한, ime-mode가 Windows전용 속성인것을 감안했을 경우 강제 속성을 주고 밑에 “본 입력창은 자동으로 한/영 전환이 됩니다”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죠. 맥/리눅스를 그 속성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이름을 입력후 이메일을 입력할때에는 사용자가 무의식중에서 “이건 영문이니까 전환해야지”라고 생각할수도 있는거구요..

  3. 제가 CSS 쪽 전문가는 아니지만, ime-mode 속성은 IE에서 자체적으로 정의한 비표준 속성인 것 같습니다. 즉,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표준 HTML에 따르면 구현할 수 없는 기능입니다. 물론 웹표준이라는 것이 아직 확정 협의된 스펙이 아니라 working draft 상태라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비영어권 윈도우즈 IME의 경우에는 IME자체의 버그가 많은 듯 합니다. 간혹 웹서핑중에 한영전환이 안되고 영어로만 입력되는 현상들이 많은데, 경험적으로는 “ime-mode:active”를 지정하는 경우에 더 많이 리포트되더군요.

    표준에 어긋나고, 버그를 만날 확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ime-mode를 지정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판단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것이 유저를 편하게 해줄 수 있다는 강점이 현재까지는 유효하니까요.

    다만, “HTML 소스 코드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다”라는 문장은 정말 조금만 알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4. 이 글은 그다지 전문적인 글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1. 여러분이 지적하신 것처럼 ime-mode는 표준 CSS가 아니며, 특히 Mac 계열의 브라우저에서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Firefox는 3부터 지원하지만, 3의 사용 비율이 얼마일지 의문이네요)

    2. 검색 엔진에서 한글과 영어의 검색 비율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한 무조건 한글 우선 입력을 하라는 것은 논리 모순입니다.

    3. 어떤 입력 필드에선 한글이, 어떤 입력 필드에선 영어가 기본 입력인 것 또한 사용성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5. 왜 입력 모드를 한글로 바꾸는 게 꼭 좋은 것인가요?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강요하고, 안 하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신 것 같아요. 입력 모드는 웹 페이지에서 사용자에게 강요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게다가 그것이 모든 OS, 모든 브라우저, 모든 언어권 사용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칙도 아니고…

  6. 한글 입력이 편하다면, 왜 웹페이지에서 그걸 보는 브라우저를 컨트롤해야 할까요?
    정말 필요하다면 106개의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것보다, MS 코리아에 한글판 윈도우 OS에는 한글을 default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사이트가 106개만이 아닌데, 수많은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연락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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