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인수 가격을 밝히지 않았는데 업계에서는 6조5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부분은 과연 이 엄청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다. 구체적인 조달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체 보유자금 뿐만 아니라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하고 대한생명 지분을 매각하고 재무적 투자자도 끌어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정인성 부행장은 “입찰 제안서를 검토한 결과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산규모가 8조7천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9조9천억원, 수주잔량이 241척 총 45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3위 규모의 조선회사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그룹 자산 규모가 29조7천억원으로 불어나 재계 순위가 12위에서 10위로 뛰어 오르게 된다.
24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1만1천원, 시가총액은 2조1053억원이다. 한화가 인수하는 지분은 산업은행 지분 31.3%와 자산관리공사 지분 19.1%를 더해 50.4%, 모두 9639만2428, 1조610억원 정도다. 만약 한화가 6조원 이상을 써냈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5조원이 넘는 셈이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을 감안해도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비싼 가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아무리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해도 과연 이 정도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흔히 경영권 프리미엄을 20년에 걸쳐 비용 처리하는데 이 경우 물가 상승률을 3%로 잡고 해마다 2500억원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조8천억원 이상 기업 가치를 차감해야 한다. 여기에다 지분 51%의 시가총액 1조737억원을 30% 할인해서 7516억원을 가산하면 한화의 기업 가치는 3조484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한화의 시가총액은 1조2743억원 밖에 안 된다. 1조3천억원도 안 되는 회사가 6조5천억원짜리 인수합병에 뛰어든 셈인데 자칫 ‘승자의 저주’의 또 다른 사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차입금을 어느 정도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이자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3조원에 연 10% 금리면 해마다 3천억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계산은 모든 비용을 전액 한화가 부담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고 대우조선해양과 한화의 시너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 한화의 주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빠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무리 긍정적으로 계산해도 6조5천억원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를 훨씬 웃도는 가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212억원, 2006년에는 587억원이었다.
한화건설이나 한화석유화학 등 자회사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들 자회사들의 보유 현금과 부동산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이를 모두 끌어와도 간당간당한 수준이고 정작 시너지 효과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생명 매각이 순조로울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고 요즘 주식시장 상황에서는 제값을 받기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2조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투자이익을 보장해줄 것인지도 관건이다.
저도 쓰신 글과 거의 유사한 생각을 했는데, 지금의 경제난을 볼 때 아무래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포스코가 되었으면 좀 더 나았을 것 같은데,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