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는 등 새 정부 장관 인선이 파문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경제지들이 국정 공백을 이유로 적당히 덮고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황당무계한 주장도 눈길을 끈다.
국민일보 이진곤 논설위원은 27일 칼럼에서 “취모멱자(吹毛覓疵)라고 굳이 털을 불어가면서까지 흠을 찾아내기로 들면 공직을 맡을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도덕의 사표를 찾는 게 아니라 공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일꾼을 선정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주장했다. 이 논설위원은 “예단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진실이 판명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예의일 것 같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국일보도 28일 사설에서 딴지를 걸었다. 한국일보는 “무조건 의혹을 제기해 놓고 보자는 무책임한 자세에서 벗어나 최대한 근거와 사실에 입각해서 추궁해야 한다”며 “집권 여당 시절 자신들이 비난해 마지 않았던 의혹 부풀리기를 위치가 바뀌었다고 해서 답습하는 것은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다짐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4월 총선을 의식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며 “국정에 협조하는 자세도 국민들의 평가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는 아예 “정쟁을 중단하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28일 사설에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적지 않은 국정 운영의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새롭게 조직을 추슬러 의욕적으로 일을 해 나가야 할 장관들에 대해 야당이 계속 의혹 부풀리기식 공세를 일삼아 발목을 잡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일부 내각 구성원들의 사소한 흠결까지 총선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도임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불편함만 가중 시킬 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도 거의 비슷한 논리를 폈다. 서울경제는 28일 사설에서 “청문회가 파행으로 치달아 내각 출범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여야는 한발짝 물러나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주용중 정치부 차장대우는 25일 칼럼에서 사덕 보다는 공덕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장관 후보자가 나라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조직을 꾸려나갈 리더로서의 능력이 있는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등 공덕(公德)의 문제보다 사덕(私德)에만 관심이 쏠리다 보니 선거판에서도 정책이나 능력으로 겨루기 보다 너도나도 상대방 가족의 도덕적 약점을 캐내 침소봉대하는 경쟁에만 골몰한다”고 지적했다. 주 차장대우는 “개인의 윤리적 잣대, 사덕의 잣대만으로는 올바른 일꾼을 가려내기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가장 압권은 중앙일보 27일 칼럼 <거짓말하는 능력>이다. 조현욱 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정직이 국민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는 경우에는” “공직자는 때로 거짓말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논설위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너무 정직해서 사태를 악화키는 듯하다”며 “공익을 위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쳤다(류정민 기자 <거짓말 부추기는 중앙일보> 참조).
좀 지난 칼럼이긴 하지만 1월22일 중앙일보에 실린 이훈범 정치부문 차장의 칼럼도 다시 읽게 된다. 이 차장은 이 칼럼에서 “이참에 국민적 대사면을 하는 건 어떨지”라며 “전문적 투기나 상습적 탈세처럼 파렴치한 범죄가 아니라 그저 한순간 욕심에서 빚어진 어지간한 오점들은 눈 딱 감고 한 번 용서해 주면 어떨지”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차장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그랬듯 과거의 허물은 덮어두고 인재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 어떨지, 그들 손에 걸레를 들려줘 세상을 투명하게 닦을 임무를 맡기는 건 어떨지, 그러면서 자신의 때까지 씻을 수 있게 하면 어떨지”라는 황당무계한 제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