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17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24일에는 임직원들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감원과 급여 삭감 등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수용을 자금 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도 유동성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주주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9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연말까지 적자 규모가 12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 4월에는 15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만기도 돌아온다. 상하이차는 현재 주야 2교대 인원을 절반 이상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의 전체 직원 7100명 가운데 생산직은 5천여명. 판매대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라 조립라인의 절반 정도는 내보내도 된다는 게 상하이차의 주장이다.

쌍용차 사태를 보는 언론의 태도는 다분히 이율배반적이다. 상당수 언론이 상하이차의 자금 지원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노조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생산직 2천명 줄여야”(중앙일보), “완성차 생존 전제는 노사 협력”(머니투데이), “은행권, ‘자동차업계 선 구조조정 후 지원'”이라는 등 노조의 구조조정 수용을 압박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대주주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하려면 노조가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는 정작 위기의 본질이 빠져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때는 2004년 10월, 인수 가격은 단돈 5억달러였다. 상하이차는 그때 완전한 고용승계는 물론이고 5년 이내 1조2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신차 개발과 공장증설, 연간 33만대 생산을 약속해 노조의 반발을 무마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신규 투자는커녕 기술 이전을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1200억원조차 입금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은행은 대출 연장에 앞서 상하이차가 32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기술 이전을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1200억원과 은행 지급 보증 2천억원 등이다. 일부 언론이 상하이차의 기술 유출 논란을 부각시키면서 ‘먹튀’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검찰이 상하이차의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수사 발표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사실 4년 전 채권단이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넘겼을 때부터 먹튀 논란은 예정돼 있었다.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노조의 반발도 격렬했지만 채권단은 공적자금 회수라는 명분을 앞세워 쌍용차를 넘겨줬다. 과거 외환은행이나 제일은행, 씨티은행, 브릿지증권, 하나로텔레콤, 그리고 여러 대우계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이 공적 책임 보다는 이익 극대화에 매달리면서 단기 차익을 위해 알짜배기 기업이 숱하게 헐값에 팔려나갔다.

언론 보도에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명분에 매몰돼 장기적인 성장성을 희생하는 실패한 구조조정에 대한 반성은 없다. 이제 와서 상하이차를 비난하는 것은 본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상하이차는 주주로서 최선의 투자 판단을 내릴 것이고 쌍용차의 청산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애초에 그들의 고려 사항이 아니다. 이 역시 상하이차가 51%의 지분을 확보해 쌍용차의 대주주가 됐던 순간부터 이미 예정됐던 수순이었다.

쌍용차의 위기는 직접적으로는 경기 불황과 유가 급등에 따른 SUV 차량의 수요 감소 탓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설비 투자 부진과 신차 개발 지연에 따른 경쟁력 둔화 탓이 더 크다. 대주주인 상하이차 입장에서는 중국 공장과 비교해서 투자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다면 굳이 모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상하이차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청산을 하고 원금 회수에 나서는 게 이익일 수도 있다.

언론은 상하이차의 먹튀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챙겨받겠다고 정부 소유의 은행들과 기업들 지분을 51%씩 내다파는 나라에서 이들 지배주주가 청산을 하든 말든 공장 설비를 떼다 고철로 팔아먹든 말든 그걸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와서 아무리 비난을 한들 그게 먹힐까. 상하이차에 무슨 사회적 책임이라도 기대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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