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미네르바는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을 정확히 예견해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기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가 절필 선언을 하고 잠적한 뒤 한달만에 나타났다. 그는 29일 “(정부가) 주요 7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오늘 오후 2시30분 이후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글을 올려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주부터 달러화를 대량 매도해 환율을 끌어내렸다. 30일 환율이 기업들 연말 결산실적과 은행 자기자본비율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터져 나온 미네르바의 폭탄 발언에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획재정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미네르바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네르바의 글을 1시간도 채 안 돼서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기획재정부의 반박 직후 두 시간만에 읽을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됐다. 다음 관계자는 “특정 글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신고할 경우 법률적으로 30일간 임시조치로 블라인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고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정황으로 볼 때 기획재정부가 직접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미네르바는 오후 5시께 다시 글을 올려 강만수 장관을 겨냥, “제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전화 2∼3통만 하면 금방 다 아는 세상인데 자꾸 왜곡하고 속이려들면 일반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는 것. 기획재정부가 적극 부인하고 있는데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입을 다물고 있어 구체적인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언론 보도다. 연합뉴스는 “미네르바 이번엔 허위사실로 자충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네르바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연합뉴스는 “이번 글의 IP주소가 과거 미네르바의 IP주소와 일치해 실제 미네르바가 작성한 글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진짜 미네르바가 돌아온 게 아니라 가짜 미네르바가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가 26일 주요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환율 안정을 위한 협조를 구한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달러화 매수를 금지한 게 아니라 협조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밝혔는데 결국 미네르바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연합뉴스의 미네르바 때리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쩍 강화된 친정부 성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각국 통화가치 하락 정도, 블룸버그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