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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지분 매각이 불러온 예고된 참극.

상하이자동차가 결국 ‘먹튀’를 강행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9일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쌍용차의 부채는 모두 8280억 원이다. 채권단은 현재 확보된 380억 원으로는 2월 초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그때까지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하이차는 51%의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부채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언론 보도는 상하이차의 먹튀를 비난하는 쪽과 노동조합에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쪽으로 크게 엇갈렸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는데 들인 돈은 5900억 원. 상하이차는 기술이전 비용으로 쌍용차에 지급하기로 한 돈은 모두 1200억 원 가운데 절반만 지급했다. 노조는 실제로 빼내간 기술이 이미 6천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상하이차는 노조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상하이차, 최대주주 책임 다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대주주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지 않고 덜컥 법정관리 신청을 해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쌍용차의 무능력인가 상하이차의 무책임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쌍용차가 법정관리까지 가게 된 것은 노사 갈등 속에 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면서 노조에도 책임을 돌렸다.

이 두 신문의 보도는 모두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먼저 상하이차의 철수는 투자 대비 기대 수익률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주주의 책임과는 무관하다. 사실 기술 유출과 먹튀는 51%의 지분을 통째로 넘겼을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쌍용차가 경쟁에서 뒤쳐진 것도 노조 탓이라기 보다는 애초에 상하이차에 투자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사실 상하이차 입장에서는 굳이 중국 본사를 놔두고 쌍용차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일부 언론에서 중국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유발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것도 문제가 많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쉽게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하이차가 중국 회사라서가 아니라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1%의 지분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허용한다.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 전반에 개입하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언제든 팔아치울 수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을 외국 자본에 팔아넘겼다가 국부 유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들과 하이닉스반도체, 쌍용건설, 우리금융지주 등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이 이미 팔려나갔거나 앞으로 팔려나갈 예정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소유의 기업의 경영권을 특정 자본에 통째로 넘기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굳이 51%의 지분을 한꺼번에 팔아치우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다른 대안도 가능하다. 과거 포스코처럼 국민주 형태로 배분하는 방법도 있고, 늘 실패했지만 우리사주조합에 일부 지분을 넘겨 국내 최초로 차입형 종업원 주식인수 모델을 시도할 수도 있다.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다면 5% 미만으로 쪼개서 여러 기업들에게 나눠 파는 방법도 가능하다. 국가 기간산업이라면 계속 정부 소유로 둘 수도 있다.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다면 소유·지배구조를 분산시키되 전문 경영인을 두고 좀 더 합리적인 경영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사회적 기업으로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된 YTN의 지분 매각 역시 같은 맥락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세금으로 살려낸 기업의 경영권을 특정 자본에 넘겨서 지배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이윤을 독점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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