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과 파이낸셜뉴스의 공방은 광고와 기사를 주고 받는 언론과 기업의 오래 된 공생 관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남양유업은 광고를 미끼로 부정적인 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해부터 광고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언론의 기업 길들이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비단 남양유업이나 파이낸셜뉴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과 언론 사이에서 비일비재하다는데 있다. 다만 이처럼 작심하고 조지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을 뿐이다.)
남양유업이 지난 5일 파이낸셜뉴스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뉴스 1면 “남양유업 멜라민 분유 수출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논란의 핵심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기사에서 “남양유업이 멜라민 검출이 의심돼 국내 유통이 중단된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3차례에 걸쳐 분유 원료인 락토페린 480kg을 수입해 들여왔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 결과 원료 일부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남아있던 390kg을 반송했다. 문제는 이미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10만8천 통의 분유. 남양유업은 여론을 의식해 이를 창고해 보관하다가 최근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베트남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양유업은 원료 일부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제품에서는 멜라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이낸셜뉴스가 문제 삼는 건 멜라민 검출 여부와 별개로 왜 국내에서 못 파는 분유를 수출했느냐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가 나간 직후 남양유업 홍보 담당자들이 찾아와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빼달라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식약청까지 나서서 “베트남에 수출된 분유는 검사 결과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을 해줬지만 파이낸셜뉴스는 연일 사설과 칼럼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네티즌 반응까지 동원해 수십여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남양분유는 급기야 3일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기사를 작성한 파이낸셜뉴스 윤정남 기자는 “베트남에 수출한 분유에 멜라민이 있느냐 없느냐는 2차적인 문제”라며 “논란의 핵심은 국내에서는 팔 수 없는 제품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수출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판매도 할 수 있었지만 멜라민 파동 직후 판매가 줄었고 이후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재고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광고로 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양쪽의 입장이 엇갈린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오히려 그 반대”라며 “평소에 광고 협조가 잘 되지 않자 악의적으로 허위 과장 보도를 내보내는 것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윤 기자는 “심각한 도덕성 문제라 판단했고 독자들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라 기사를 광고와 맞바꿔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남양유업은 2006년부터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으로 분유를 만들어 왔다. 그동안 국내에서 팔렸던 제품이나 이번에 베트남에 수출된 제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문제될 게 뭐가 있느냐는 게 남양유업의 입장이지만 조금이라도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전량 폐기처분하는 게 맞다는 파이낸셜뉴스의 주장에 더 설득력이 실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