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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물품 받고 리뷰 써 준 블로거들 도덕성 논란.

공짜로 받은 리뷰 제품 칭찬만 늘어놓고 “정당한 대가가 뭐가 문제”

“언젠가부터 삼성전자 옴니아폰 리뷰가 쏟아졌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모두 삼성에서 공짜로 뿌린 거더라.” 블로고스피어가 블로그마케팅 논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10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았으니 당연히 좋은 소리만 쓰지 않았겠느냐는 게 이들 블로거들이 집중적으로 비난을 받는 이유다.


문제의 블로거들은 모두 태터앤미디어 소속의 이른바 파트너 블로거들이다. 태터앤미디어는 최근 구글에 인수된 태터앤컴퍼니에서 분사한 블로그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태터앤컴퍼니는 설치형 블로그 소프트웨어인 텍스트큐브(태터툴즈)를 개발한 회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태터앤미디어의 주요 사업모델은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광고와 마케팅을 연계해주고 중간 마진을 챙기는 것. 폐쇄형 회원제로 운영되는 태터앤미디어의 파트너들은 17일 기준으로 105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태터앤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배너 광고를 게시하는 조건으로 월 20만~30만원 정도의 광고비를 받고 블로그마케팅에 참여할 기회도 갖게 된다.

태터앤미디어는 지금까지 네 차례의 블로그마케팅을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참여한 20여명의 블로거들에게 삼성전자 최신 휴대전화가 지급됐다. 한 차례만 참여한 경우도 있고 네 차례 모두 참여한 블로거도 있다. 이들은 공짜로 휴대전화를 받는 대신 일정 횟수 이상 리뷰를 써서 블로그에 게재할 것을 약속했다.

문제는 이들이 쓴 리뷰가 일방적으로 제품의 장점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나를 찾는 아이’라는 아이디의 한 블로거는 “대가를 받고 하는 리뷰가 정상적인 리뷰가 될 수 없다고 본다”면서 “당연히 단점은 한두개 눈감아주고 장점은 좀 더 무의식적으로 부각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블로거들이 리뷰를 쓰면서 해당 제품을 공짜로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여름하늘이라는 블로거는 “블로그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일종의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블로그의 콘텐츠와 관련 직간접적인 보상과 대가가 있다면 이를 떳떳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라’라는 블로거는 “옴니아폰의 경우 제세공과금을 포함하면 12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면서 “주류 언론사의 기자들이 대가성 취재비의 하한을 10만원 정도로 본다는 걸 감안하면 120만원의 금품은 범죄의 수준과 동급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욕설에 가까운 원색적인 비난이 오가기도 했다.

논란을 더욱 확산시킨 것은 “리뷰를 쓰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터앤미디어 소속 일부 블로거들의 반응이었다. ‘제닉스’라는 블로거는 “대가를 받는다고 단점을 숨기거나 장점만 부각해서 팔아주려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일하면서 대가를 받는 게 나쁘다고 하면 뭘 먹고 살란 말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욱순이’라는 블로거는 “블로그가 상업적인 게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고 ‘학준이’라는 블로거는 “쓰는 사람에 따라서 장점만 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단점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그 블로거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쓴 게 아니라면 어떤 제품의 장점만 썼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MP4/13’이라는 블로거는 “언론에서 돈을 받고 보도를 해 준다고 가정해 보자”면서 “일부 블로거들의 무책임하고 낯간지러운 변명을 듣다 보면 욕먹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블로거는 “블로그가 상업적인 게 죄는 아니고 욕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상업적인 것과 상도덕은 구분해야 한다”면서 “상도덕의 기본은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터앤미디어 한영 대표는 최근 논란과 관련, “블로거들은 언론사 기자들과 달리 소비자 입장에서 리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리뷰 대상 물품을 공짜로 받기 때문에 특별히 우호적인 리뷰를 쓰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실제로 리뷰가 많이 올라온다는 불평은 많지만 내용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거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 대표는 일부 파트너 블로거들이 물품을 공짜로 받은 사실을 숨긴 것과 관련, “리뷰에 앞서 관련 사실을 충분히 공지할 것을 요구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얻을 수 있어 블로그마케팅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소비자들의 60% 이상이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를 구매에 참조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블로그마케팅의 상업적 효용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제품을 공짜로 받고 리뷰를 해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보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길 것이고 지속적인 명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블로그에 언론사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스스로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아직은 애드센스를 덕지덕지 붙이거나 리뷰 제품을 공짜로 받는 정도의 저급한 수익 모델 밖에 없지만 머지않아 제 값을 받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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