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방송 원고, 오늘 저녁 방송할 내용인데, 일부 발췌하고 뒷 부분은 추가했습니다. 사진은 플리커에서.)

– 인플루엔자 A가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 물론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을 갖고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인플루엔자 A가 어느 정도로 확산될 것인지 모르기 때문인데. 만약 1918년 스페인 독감 수준으로 확산될 경우, 5천만명이 죽었죠. 이 경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0%로 급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완전히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적으로 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 -1.3%에 인플루엔자 영향으로 -2.0~-6.1%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전망 -2.4%에서 -3.2~-10.2%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 스페인 독감 수준으로 가면 그야말로 엄청난 재앙이 되는 건데요.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겠죠? 과거 조류독감이나 사스처럼 조기에 진화되는 경우는 어떨까요.

= 130만명이 죽었던 1968년 홍콩독감 수준에 그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0.7%포인트 감소, 우리나라는 0.8%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인플루엔자 A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불가피할 듯. 일단 항공과 여행, 육류 가공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멕시코와 미국 등에 수출이 많은 전자, 자동차 산업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보호무역이 확산되고 있는데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데요. 그러다가 정말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되면 약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우리 정부는 타미플루를 250만명분 확보하고 있는데요. 전체 인구의 5% 분량입니다. 대유행병이 되면 전체 인구의 20~40%까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전체 인구의 20%를 보유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 등은 20%, 프랑스는 50%까지 확보하고 있고 영국은 75%까지 늘린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250만명분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630억원을 올해 추가경정 예산에 반영했는데 아직까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 코로 흡입하는 릴렌자라는 약도 있는데 이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 타미플루를 만드는 회사는 엄청나게 돈을 벌겠네요.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걸로 들었는데요.

= 한 명분 가격이 2만5천원 정도. 하루에 2알씩, 5일 동안 복용하고 이후 10일 동안 하루에 1알씩 복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감염 뒤 이틀 안에 먹여야 효과가 있고 미리 먹는다고 해도 예방 효과는 없습니다.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웬만한 약국에서는 이미 동이 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약의 특허권이 미국의 길리어드에 있고 이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스위스의 로슈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독점 때문에 가격이 턱없이 높게 책정돼 있고 현재로서는 돈을 주고도 약을 제때 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타미플루를 다른 나라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건가요?

= 사실 성분만 분석하면 어느 제약회사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특허죠. 미국에서는 2016년, 한국에서는 2017년이 되어야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로슈에서 수입 판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강제실시라는 건 특허권을 가진 회사의 동의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하는데요.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탄저병 치료제를 특허 없이 대량 생산한 전례가 있습니다. 에이즈 치료약도 대량생산을 해서 싸게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당장 태국이나 파키스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제약회사들은 약값을 내리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참고 : 돼지독감(SI), 타미플루 특허 강제실시와 국영제약회사 설립이 해결책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 강제실시를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제약회사가 타격을 보게 될 텐데요. 그건 정부가 나중에 보상을 해주게 되는 겁니까.

= 미국에서는 정부가 강제실시를 하고 나중에 보상을 해주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제약회사들이 특허청에 청구를 하고 행정법원과 대법원까지 거쳐야 가능합니다. 길게는 5년씩 걸릴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정부가 강제실시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전쟁이 나거나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일 때에만 정부 강제실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때 가서 개발하려고 하면 이미 늦을 수도 있겠죠. 타미플루의 경우도 당장 개발에 들어가도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당장 수백만명이 죽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강제실시라는 게 말처럼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요.

= 그래서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는 공공 제약회사를 설립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제약회사를 만들고 연구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고 이렇게 만든 필수 의약품을 일반에 싸게 공급하자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의료 산업화를 외칠 게 아니라 사실 이런 일 하라고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언제까지 로슈 같은 회사에 계속 돈을 갖다 줄 겁니까. 필요하다면 이런 심각한 질병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강제실시를 하고 특허권을 포기하도록 하면 됩니다. 물론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상은 해줘야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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