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를 해마다 1000개씩, 5년 동안 5000개를 폐교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국내 일부 언론이 우리도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특히 전국교원노동조합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방과후 학교나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제와 성과급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혁님께서 댓글로 알려주셔서 바하문트님의 아래 글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참고 : 오바마 교육 개혁 (스튜디오 판타지아 2.0)
그러나 미국 언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보수 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11일 미국 교육부가 발표한 타이틀 1 프로그램의 핵심은 고등학교 중퇴율을 30% 줄이자는데 있다. 샌프랜시스코크로니컬 등에 따르면 미국 교육부는 특히 중퇴율이 절반에 가까운 2000개 학교를 포함해 모두 5000개의 문제 학교를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5천개 학교면 10만개에 이르는 미국 전체 초중고교의 5% 규모다. 미국 교육부는 이들 타이틀 1 학교의 재건 프로그램을 위해 경기부양 프로젝트 예산 130억달러 가운데 30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미 배정된 15억달러의 3배 규모가 된 셈이다. 주거교육노동위원회 조지 밀러 위원장은 “고등학교 중퇴자가 이들 몇천개 학교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전체의 졸업률을 높이는게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연합뉴스가 인용했던 AP통신에 실린 안 던컨 미국 교육부 장관의 인터뷰에도 이 사실이 정확하게 나와 있다. 던컨 장관은 “특별히 5명 가운데 2명이 졸업을 하지 못하는 ‘중퇴자 공장’에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폐교 후 다시 개교하는 학교들의 교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채용된다는 사실도 연합뉴스 기사에는 빠져있다. 애초에 무능 교사를 퇴출시키는 게 핵심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저소득 계층의 중퇴율을 줄이자”는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공부 못하는 학교를 폐쇄하고 무능한 교장과 교사들을 퇴출시킨다”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뒤바뀐 셈이다. 물론 미국 교육부가 이들 5000개 학교들을 폐교한 뒤 다시 개교할 거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는 저소득 계층 밀집 지역의 열악한 교육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일 뿐 공무 못하는 학교를 폐교하는 것과 무관하다. 문제는 성적이 나쁜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학교다.
국내 언론의 어처구니없는 오보 릴레이는 오바마가 말한 “성취도(performance)”나 “성과(achieving)”를 단순히 학교 성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지 않은 연합뉴스 기사를 맹목적으로 받아쓰면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설령 오바마가 성적 나쁜 학교를 퇴출시킨다고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이 지적한 것처럼 오히려 우리나라는 대학서열화와 지나친 입시위주 경쟁이 문제 아닌가.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이 안 되서 수동으로 링크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