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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있는 기업이 비정규직 차별 심하다? 얄팍한 눈속임.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는데도 이렇게 기사가 나갈 줄 몰랐다.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들이 좀 더 큰 회사들이고 임금이 더 많다는 건 상식 아닌가. 실태를 보기 위한 것이지 노조 때문에 임금 격차가 난다, 그렇게 말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어제도 그렇게 설명했는데 기자들이 ‘그럼 노조를 없애야겠네요’ 그러더라.”


26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자료를 발표한 노동부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다음날 일부 언론에 난 “노조 있는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차별이 심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기자들에게 그렇게 말한 적도 없고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고 당부까지 했는데 기사가 전혀 다르게 나갔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는 27일 1면에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심해지면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일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분석 자료를 인용한 기사인데 살펴보면 몇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띤다. 정말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차별이 더 심한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뭔가.

한국경제는 “성별과 연령, 학력, 경력, 근속연수가 같다고 가정할 때 동일한 직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 격차가 12.9%로 2007년 15.2%보다 2.3%포인트 줄어든 수치”라면서 “하지만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27.8%로 노조가 없는 기업의 격차 9.6%보다 3배가량 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를 두고 “내 몫을 챙기려는 노조 이기주의가 발동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집단적 힘을 내세운 노조가 있는 회사는 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나아지고 있는 반면 노조원이 아닌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주주인 언론사답다.

(그래프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텐데 물론 격차는 노조가 있는 기업들이 더 크다. 그래서 당신은 노조 없는 회사에서 차별 안 받고 다니고 싶은가. 오히려 노조 있는 기업이 임금이 더 많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식의 비교 자체가 적절치 않다. 시간당 임금 총액이고 단위는 원이다.)

이 신문은 임금 격차만 비교했는데 실제로 임금총액을 놓고 보면 같은 정규직이라도 노조가 있는 기업은 시간당 2만4363원을 받고 노조가 없는 기업은 1만9142원을 받는다. 비정규직의 경우 노조가 있는 기업은 1만3559원, 노조가 없는 기업은 7943원을 받는다. 노조가 있는 기업이 없는 기업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임금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가 있기 때문에 임금이 더 많다거나 비정규직과 격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고 애초에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100인 미만 사업장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훨씬 크게 나타난다. 노조 유무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는 특히 전체 정규직과 전체 비정규직을 단순 비교한 게 아니라 동일 사업장에서의 실질적인 격차를 따져보기 위한 분석 결과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19.3%, 100~299인 사업체에서 15.4%, 100인 미만 사업체에서 2.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대형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더 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노동부 관계자는 “그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면서 “당연히 대형 사업장일수록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게 마련이고 영세 사업장일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임금이 하향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유무가 임금 격차에 미치는 직접적인 함수관계는 좀 더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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