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배분하고 경영참여 허용, 고용안정에 임금보장까지… 쌍용차와 비교되네.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이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요 언론이 외신을 인용해 비중있게 보도했다.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UAW가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서 파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사실이다. UAW는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의 일부를 회사 지분으로 전환하면서 GM 주식의 17.5%, 크라이슬러 주식의 55%를 확보한 주요 주주로 부상했다.


한국경제는 3일 1면 머리기사에서 “예전처럼 임금과 복지혜택을 더 받아내기 위한 투쟁은 꿈도 꿀 수 없고 회사 수익을 위해 스스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5일 사설에서 “한국 자동차 회사 노조들은 회사의 장래와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거듭했던 미국 자동차 노조와 노조원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똑바로 보아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언론 보도는 “미국 노조는 파업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한국 노조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단순한 이분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언론이 노조를 경영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노조가 파업을 안 하기로 했다는 사실만 강조할 뿐 이런 전향적인 타협을 끌어내기까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은 그만큼 경영 상황이 급박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제 경영의 주요 주주로서 공동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유화된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와 노조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직접 경영에 개입하기 보다는 전문 경영인과 공익 이사들에게 경영을 맡길 계획이다. 노조 출신 이사도 선임됐다. 앞으로 노조는 직원들에게 이익 배분을 요구할 수도 있고 주주로서 배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

GM이 파산에 직면하기까지 높은 임금과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탓이 크다는 비난 여론이 많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납세자들과 주주, 채권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노조를 2대 주주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고용안정과 임금보장을 약속했다. 노조가 파업 포기 선언을 하기까지는 미국 정부의 파격적인 양보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이제 건강보험기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도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편, 미국 국민들의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사건을 계기로 GM의 기업문화가 무모한 노조와 허약한 경영진의 특유한 소극적 경영행태로 후퇴하게 됐다”면서 “여론조사 결과 GM이 성공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27.4%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도 “노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노조는 주주로서 책임감 보다는 그들의 영향력을 일자리 확대에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M의 사례는 직장폐쇄와 정리해고를 단행한 뒤 공권력 투입을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쌍용차와 비교된다. 쌍용차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비롯해 미지급 임금 등을 담보로 1천억원의 은행 대출을 끌어오고 이와 별개로 12억원의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을 출연하는 등의 회생방안을 내놓았으나 거부당했다. 주주들을 빈털터리로 만들었던 GM과 달리 쌍용차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노조의 지분이 많지 않은데다 경영참여가 제한돼 있지만 노조를 공동 운명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대부분 언론이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를 우려하지만 송 처장은 노조가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좀 더 발전적인 노사관계가 가능하다는데 주목한다. 송 처장은 “우리나라도 차입형 우리사주 형태의 구조조정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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