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언론이 말하지 않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아이폰은 이번에도 출시되지 않았다. 미국 시간 기준으로 8일 WWDC(세계 개발자 회의)의 최대 관심거리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될 것이냐였다. 당초 소문으로는 7월17일에 출시될 거라거나 아무개 회사에 구형 아이폰이 잔뜩 쌓여있는데 이게 할부금 형태로 풀릴 거라거나 와이브로가 내장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적용될 거라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았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애플은 높은 인기와 달리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걸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아이폰 출시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소문의 한쪽 당사자였던 SK텔레콤이나 KTF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정도다. 애플이 과도한 조건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통신회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꺼려 출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칩만 갈아끼우면 아무 단말기나 바꿔 쓸 수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통신회사에서 지정한 단말기만 쓸 수 있다. SK텔레콤 전용으로 나온 단말기는 KTF에서 쓸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3세대 이동통신이 시작된 뒤에도 달라진 게 없다. 한국형 무선 인터넷 표준인 위피 의무화가 해제된 뒤에도 여전히 무선 인터넷은 통신회사들에게 종속돼 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통화량 역시 더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신회사들이 이익을 늘릴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가장 만만한 것이 무선 인터넷 데이터 서비스다. 벨소리나 바탕화면을 내려받는데 정보 이용료와 별개로 데이터 요금을 따로 받는다. 워낙 데이터 요금이 비싼 탓도 있지만 비좁은 화면에 입력이 불편한 탓도 있어서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정보를 얻는 일은 많지 않다.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기다려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폰은 PC에 연결해 벨소리나 바탕화면을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풀 브라우징과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기 때문에 무선 인터넷이 잡히는 곳이면 어디에서라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가면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는데 1달러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면 자유롭게 설치해서 쓸 수 있다.

아이폰에서는 터치 몇 번이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는 길을 가다가 트위터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뉴스를 읽거나 메일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다. 무선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가 지원되기 때문에 굳이 통신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해외의 친구들과 무제한 무료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 모든 아이폰의 장점들이 모두 무료라는 사실이다. 와이파이가 지원된다면 굳이 데이터 요금을 물어가면서 통신회사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아이폰 사용자가 늘어나면 당장 통신회사들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그게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못 들어오고 있는 이유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거의 없다.

비용이나 기술적인 문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휴대전화 단말기에 와이파이칩을 심는데는 2, 300원 정도면 충분하다. 단말기 만드는 회사들은 당연히 와이파이 단말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통신회사들은 와이파이 지원을 거부해 왔다. 인터넷을 쓰고 싶으면 돈 내고 쓰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멀쩡한 열린 인터넷을 두고 네이트니 매직엔이니 이지아이니 하는 이상한 인터넷을 써야 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뉴스 몇 번 보고 나면 데이터 요금이 1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정액제를 쓴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요금을 물어야 한다. 통신회사들이 이렇게 짭짤한 밥줄을 쉽게 포기할 이유가 없다. 명색이 인터넷 강국에서 무선 인터넷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데는 언론의 무관심 또는 의도적인 방관도 한몫을 한다. 전형적인 독과점과 담합이지만 정부 역시 한발 물러나 있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 관련 기사는 쏟아졌지만 늘 그랬듯이 통신회사들의 독과점과 폭리 구조, 그리고 폐쇄적인 무선 인터넷 시장을 비판하는 기사는 없다. 문제는 아이폰이 출시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폰이 기능 제한 없이 출시될 수 있어야 하고 무선 인터넷은 활짝 개방돼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에서 보듯이 개방이 시장의 확대를 가져오고 더 큰 시장을 열어준다는 교훈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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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아이폰 쓰려면 월 30불짜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의무가입해야 합니다. 거기에 음성통화는 제일 싼게 월 40불짜리고.. 문자메시지는 건당 0.2불 (또는 월 5불에 200건, 20불에 무제한) 세금 합치면 한달에 80불이 넘어요. 한국에서 비슷한 요금제로 출시한다면 통신사가 손해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데이터 요금으로만 월 4만원에 음성통화요금 따로 내면서까지 사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가 걱정될 것 같네요.

    하긴 미국 요금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긴 좀 그렇긴 하지만.. now available인 다른 나라들에서 아이폰을 쓸 때 나오는 요금이 궁금해지네요.

    아, 그리고 아이폰은 USIM을 바꿔 끼워서 아무 단말기에서나 쓸 수 있지 않습니다. AT&T 전용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물론 제일브레이크를 통해서 풀 수도 있지만 그건 아이튠즈 스토어의 수많은 앱을 포기하는 거고..

    그나저나 아이폰 3.0 출시가 일주일 남았네요. 바짝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그냥 통신요금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SKT나 KTF나 상관이 없죠. 미국에서도 70불짜리 무선인터넷 무제한 요금제는 무조건 써야되는거구요. 그러니까 전화기도 통신회사가 보조금 내서 싸게 푸는거구요. network 요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platform이나 contents 까지 통신업체는 놓치기 싫은거가 제일 큰 이유일 겁니다. 그건 뭐 꼭 우리나라의 규제를 욕할 문제가 아니에요. 전세계 어느나라에서도 1위 사업자가 iPhone 도입한 곳이 없습니다. 아마도 M/S 늘려야되는 LGT라면 고려해봄 직 하지만, LGT는 3G network가 없어서 도입이 불가능하죠… 조금 복잡한 문제입니다. 규제 이전에…

  3. 무엇보다 KTF/SKT를 왜 욕하는지는 잘 이해못하겠습니다. 바보라는 거라면 뭐 어느정도 이해하겠지만 말이죠.. 세상에 자기 밥그릇을 남에게 그냥 열어주는 것도 바보인건 마찬가집니다. 일단 규제가 아닌 전략 상의 이슈인거고, 가능성은 몰라도, 아직까지 SKT나 KTF의 전략 상으로는 애플 앱스토어를 열어주는 순간 모든게 무너집니다. 해외에서 어느 잘나가는 통신회사가 아이폰 도입하던가요? 이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아이폰 덕에 M/S 늘릴 건덕지가 얼마나 있을까요?

    사실 도입을 한다면 LGT가 하는게 맞는 이야깁니다. 문제는 LGT는 3G가 없어서 iPhone 도입이 불가능한거죠. 저는 3G MVNO 사업자에나 희망을 걸어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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