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들이 25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동안 수많은 시국선언이 쏟아졌지만 이들의 절규만큼 가슴을 울리는 절박한 외침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 불안해서 못살겠다. 힘들어서 못살겠다. 아우성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반성은커녕 경찰과 검찰을 이용해 국민들의 입만 틀어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날 오후 재래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가 좋아져도 서민들이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는다. 여러분들이 아직도 1~2년은 더 고생을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 말은 곧 경제만 좋아지면, 또는 경제가 좋아져야 고통도 끝날 것이니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고통이 경제가 어려워서일까. 청소 노동자들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들의 요구는 다만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경제를 살리는 것과는 무관하다.
“부자들을 위한 무리한 재개발 때문에 용산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다. 택배 노동자가 해고와 저임금 때문에 자살하고 쌍용자동차의 1천명의 해고자와 가족들이 또한 죽음으로 내몰려있다. 우리 청소노동자들의 형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안양에서는 올 초 31명의 청소노동자가 대량 해고되었다. 벌써 세 번의 해고와 복직을 거듭하고 있는 이들의 불안한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항상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일상이다. 정권은 노동의 유연성을 올해 꼭 완성하겠다고 한다. 시간당 4천원의 최저임금을 깎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뻥튀기와 토마토 등을 구입하고 길거리에서 어묵을 사먹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두고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대선공약처럼 서민을 배려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문제에 끊임없이 신경쓰고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하반기 경제운용의 촛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이 대통령이 정말 서민생활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면 당장 다음주 월요일(28일) 결정될 내년 최저임금이나 다음달 1일로 다가온 비정규직 2년 시한만료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시장에 가서 오뎅이나 사먹을 게 아니라 반년이 다 돼 가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참사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를 했어야 했다. 좀 더 나가면 무분별한 개발계획을 재검토하고 갈 데 없이 쫓겨나는 서민들의 삶을 돌아봤어야 했다.
“경제를 살려야 서민들 고통이 줄어든다”는 이 대통령의 신념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장의 논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경영계는 시급 4천원인 최저임금을 3840원으로 깎자고 한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이들은 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해답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4대강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의 20분의 1이면 2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 촉진 장려금을 월 5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이 확산되면 경제 전반에 생산성도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도 얻게 된다. 부동자금으로 떠돌면서 자산가격 거품을 부추기는 부자 감세와는 애초에 차원이 다르다.
최저임금이 부담된다고? 그런 기업들은 차라리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길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런 일자리들을 없애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4800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래봐야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의 27.6% 수준이다. 왜 이들의 노동은 이 정도 가치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가. 정부는 왜 이들을 방관하는가.
노동자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모든 국민들을 부동산 머니게임에 몰아놓고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무한경쟁을 부추기면서 경제를 살린다고 한들, 기득권을 조금도 허물지 않으면서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고 떠들어 댄들, 그런 경제성장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 거꾸로 말하면 경제를 살려야 서민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야 경제가 살아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했는데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 발표한 -2% 내외에서 -1.5% 내외로 높여 잡았다. 경기 하강속도가 둔화되고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기획재정부는 “아직 정책기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섣불리 출구전략을 쓰기 보다는 한동안 재정 조기집행과 감세, 규제완화 등 경기부양 대책이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다.
경기가 과연 바닥을 쳤는지, 그게 감세와 규제완화 덕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오히려 지금은 과도한 재정지출의 후유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명박 정부는 구멍난 재정을 메우려고 비과세·감면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부자 감세에 이어 서민 증세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좋아질 테니 2년만 더 참고 기다리라, 그뿐이다.
대책은 이미 다 나와 있다. 2년이 지나면 법에 정해진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지 않거나 2년을 며칠 앞두고 해고하는 기업들은 불이익을 주면 된다. 최저임금을 올려주면 그 돈을 어디에 쓸 것 같은가. 고스란히 소비로 돌아간다. 이들이 돈을 써야 경제가 살아난다. 이들이 경제주체로 바로서야 경제가 건강해진다.
언론이 비정규직 문제에 침묵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신들 스스로 제 앞가림도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문화일보와 조선일보는 비정규직이 각각 100명과 80명씩인데 아직까지 이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KBS는 연봉 계약직 420명 가운데 381명의 계약을 해지하고 일부는 자회사로 이관하기기로 했다. 이들이 과연 비정규직을 무단 해고하는 기업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상당수 언론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중립을 지키고 있다. 인간답게 해달라는 요구가 과연 한발 물러나서 중립을 지킬 문제인가. 비정규직법은 애초에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문제다. 2년 전에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이고 이제 실행할 때가 됐다. 멀쩡한 법을 뜯어 고치려는데 대부분의 언론이 “비정규직법이 표류하고 있다”고 쓴다. 교묘한 여론조작이고 비겁한 책임회피다.
매번 글 잘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MB… 정말로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아서 뭔 고생인지 모르겠습니다.
MB가 오뎅먹는 사진을 자세히보시면 대통령이 왔는데 사진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들을 돌리고 있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지요. 게다가 3~40대 연령층에 양복바지에 노타이, 반팔 셔츠..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아니라 경호원들이나 수행원들인겁니다. 보여주기 위해 서민처럼 시장바닥에서 오뎅먹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