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 기업 노무 담당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자기네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0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의료비와 학자금 지원 등을 포함해서 1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더 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 1억6천만원, 연간으로는 19억2천만원이 더 드는 셈이다. “우리 회사 지난해 순이익이 4천만원인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해고하고 다시 뽑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는 “정규직 노조에서 임금을 20% 줄여주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노조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그건 당연한 이야기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정규직의 임금을 깎아 하향 평준화하는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착취와 차별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19억2천만원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월 50만원씩 4천만원을 정규직 전환 자금으로 지원해 준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비정규직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할까. 정부는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을 비롯해 적극적인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 연장이니 유예니 타령을 집어치우고 정규직 전환을 장려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인건비 부담이 되겠지만 제대로 월급을 주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보다 200만원이나 적은 임금을 주고 부릴 수 없게 됐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 그럼 문을 닫아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거나 일방적으로 희생을 전가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업을 도태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만든 법이 아니라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법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던 기업과 언론이 이제 와서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라고 떠드는 것은 참으로 면구스러운 일이다. 많이 늦었지만 오늘부터라도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