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광절약시간제, 이른바 서머타임제 도입을 강행할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서머타임제 도입과 관련한 연구 용역 결과를 보고 받고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경우 연간 1360억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청와대는 “국민에게 한 시간을 돌려드린다는 삶의 질 차원에서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제연구소 등 7개 연구기관이 내린 결론이라는 1360억원의 경제효과는 다음과 같다. 4월부터 9월까지 서머타임제를 시행할 경우 연간 전력소비량이 0.13-0.25% 감소해 약 341억원에서 최대 653억원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출퇴근시간 분산과 교통사고 건수 감소로 연간 808억~919억원의 경제적인 편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200억원 상당의 전산시스템 수정비용을 제외하면 1362억이 된다는 이야기다.

상당수 언론이 내년 4월에 서머타임제 부활이 확실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거리가 많다. 서머타임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일단 경제효과를 강조하고 우리나라를 제외한 선진 각국은 훨씬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면서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녹색성장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계바늘을 한 시간 늦추면 출근시간이 오전 9시에서 8시로, 퇴근시간이 오후 6시에서 5시로 앞당겨지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 출근시간이 훨씬 이른데다가 ‘6시 칼 퇴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처럼 오히려 퇴근시간이 더 늦춰지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우려도 있다. 해가 훤히 떠 있는데 퇴근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노동계는 가뜩이나 세계 최장인 노동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서머타임제를 시행했던 1987년과 1988년, 전력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력 소비량이 0.2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특별히 의미를 두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해외 사례에서도 특별히 전력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저녁 11시에 자는 사람이 10시에 자는 셈이라 그만큼 전력 소비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자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력 소비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여름철 냉방비가 더욱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2006년부터 서머타임제를 도입한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조명 사용량은 줄어들었지만 냉방비가 늘면서 전체 전력 소비량은 오히려 0.98% 늘어났다.

또한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수면장애 등 건강 악화와 노동 생산성 저하 등의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수면학회는 서머타임제가 1조2천억엔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도입 후 첫 1주일은 국민 40%가 수면장애에 시달리게 되며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가 늘어나고 주의산만으로 교통사고나 공장 내 안전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유럽에서는 서머타임제가 보편화 돼 있다고 하지만 위도가 높은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낮의 길이가 훨씬 길고 무엇보다도 노동시간이 훨씬 짧다. 민주노총 등은 서머타임제 도입에 앞서 법정 노동시간 준수와 주간 맞교대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동부와 서부의 일과 시간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 커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본과 시간대를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30분 정도 시간이 앞당겨져 있는 상태다.

서 머타임제 도입을 요구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문화와 오락산업 등 소비촉진이 기대된다고 강조하지만 생산 측면에서 투입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경기 변동 효과나 소비항목의 대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 절감은 검증된 바가 없고 여가시간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실질임금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서머타임제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벤자민 프랭클린인데 그때가 1784년이다. 양초 소비를 줄이려는 발상이었겠지만 20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의 TV 중계시간을 맞추느라고 서머타임제를 도입했던 88 올림픽 무렵과도 다르다. 겨우 1시간 차이지만 갑작스럽게 바뀐 생활 리듬이 오래도록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을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활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서머타임제는 오히려 녹색성장에 역행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일찍 출근은 하더라도 일찍 퇴근은 어려울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에너지 절약도 삶의 질 향상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강제로 1시간씩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왜 이 정부는 국민들 잠잘 시간까지 뺏으려 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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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저도 써머타임 반대에 대한 포스트를 달았더니 별 희한한 댓글이 다 달려서 싹 날려버렸습니다.
    자기말만 하고 쏙 도망가더군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면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이 맞는 거 아닌가 싶네요. 트랙백 하나 남깁니다.

  2. 정부에서는 섬머타임제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퇴근이 빨라지면 기업의 사무비용 역시 줄어들긴 하겠죠… 예전에 섬머타임제를 적용하는 해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몸이 한 일주일은 그냥 피곤해져 있더군요. 물론 적응되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결국에는 시간만이 shitfting 되는 거 아닙니까? 여가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큰 근거가 없는 주장이겠네요… 퇴근이 1시간 빨라지겠지만(물론 개별 직장별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시간도 1시간 빨라지는 겁니다. 즉, 잠을 줄이지 않는 이상 이익은 없다는 거죠.
    이정환님 글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__)

  3. 여행가서 시차적응과 서머타임은 완전 다른건데 말이죠. 일단 몸에 배어있는 생체주기도 생체주기지만, 주변에서 해가 뜨느냐 해가 지느냐도 영향을 줍니다. 즉 여행가서 생기는 시차적응은 태양이 뜨고 지는 것에 따라서 몸이 적응할 여지가 있습니다… 햇빛 들면 깨고, 어두워지면 잠드니까 말이죠.

    태양은 그대로인데 시계바늘만 1시간 돌리면. 주변 환경 영향은 전혀 없이 몸에 배어있는 생체주기만 억지로 바꾸어야 하니, 아무리 단 1시간이어도 장기간 피곤할 수 밖에요.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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