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미디어팀장, “이제 모든 시민은 발행인이다.”
세계 언론사에 우리나라는 시민 저널리즘이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나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뿌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싹을 틔우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 특산품을 자처하는 오마이뉴스가 있다.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한때 오마이뉴스를 벤치마킹했던 나라들에서 새로운 형태의 시민 저널리즘이 움트고 있는 반면 오마이뉴스는 5년 전에서 정체 또는 오히려 쇠락해 가는 느낌이다.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미디어팀장은 오히려 지금 본격적인 시민 저널리즘이 태동할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포털 사이트 다음으로 옮겨가 블로거뉴스팀에서 일하다가 지난해부터 블로그 마케팅 회사, 태터앤미디어에서 블로그 언론의 창간과 기술 지원, 콘텐츠 유통과 마케팅 기획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시민 저널리즘이 기존의 주류 저널리즘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다음은 지난 29일 태터앤미디어가 주최해 “위기의 올드 미디어, 뉴미디어 전환이 대안일까”라는 주제로 열렸던 미디어 포럼에서 이성규 팀장의 발제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와 다음 뷰(블로거뉴스), 그리고 태터앤미디어 블로그 신문의 차이가 뭐라고 보나.
“오마이뉴스는 프로패셔널과 아마추어가 공존하는 모델이었다.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했지만 상당수의 상근기자가 있었고 이들이 편집 방향을 주도했다. 반면 다음 블로거뉴스는 철저하게 아마추어에 의존했다. 태태앤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 블로거 뉴스가 편집자들의 선택에 따라 트래픽이 좌우된다면 태터앤미디어의 블로그 신문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편집권을 갖게 된다.”
– 시민들이 편집권을 갖는다? 그게 어떤 의미인가.
“오마이뉴스의 경우 프로와 아마추어, 상근기자들과 시민기자들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편집자들이 상근기자들 기사를 주요하게 배치하면서 시민기자들의 기사가 뒤로 밀렸고 언젠가부터 시민기자들이 소외된 느낌을 받게 됐다. 가입 추이도 크게 꺾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한계가 있는 모델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다음 블로거뉴스는 아마추어들끼리 경쟁이 심했다.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고 그런 글이 많이 읽히기도 했다. 경쟁의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었다. 태터앤미디어는 사실 편집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을 모아놨을 뿐이다. 다음 블로거뉴스가 콘텐츠 플랫폼이라면 태터앤미디어는 콘텐츠 생산자들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태터앤미디어가 아직 돈은 크게 못 벌지만 가능성이 많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 오마이뉴스가 실패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가.
“2003년, 2004년에는 정말 대단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많이 알려졌고 수많은 논문의 주제가 됐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갖고 오마이뉴스의 사례를 연구하고 분석했다. 국제전화도 엄청나게 많이 걸려왔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오마이뉴스의 시민 저널리즘과 블로그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거였는데 오연호 사장은 시민 저널리즘은 블로그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시민 저널리즘은 블로그와 다르다? 그것 참 이상한 이야기다. 오마이뉴스는 왜 블로거들을 끌어안지 않았을까. 블로거가 곧 시민기자 아닌가.
“블로그가 막 등장했던 무렵, 오마이뉴스는 편집을 거치지 않는 기사를 내보낸다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아마추어가 쓴 기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내보냈다가는 사고가 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메타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그코리아를 인수해 놓고도 운영을 못해서 되팔았다. 블로고스피어와 오마이뉴스를 연계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보자는 발전적인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실적으로는 한정된 편집자가 수백건의 블로그 포스팅을 모두 검토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 전에는 편집자들이 하루 250건 정도 처리했는데 이게 갑자기 500건 이상으로 늘어나니까 제대로 읽을 시간조차 없었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모든 콘텐츠를 편집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만든 한계였다.”
– 편집하지 않은 콘텐츠를 내보낼 경우 문제는 없나. 기자들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만 블로거들은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일 텐데.
“그런 이유 때문에 오마이뉴스는 아마추어 저널리즘으로 시작했다가 프로패셔널 저널리즘으로 퇴조했다. 지금 오마이뉴스를 봐라. 시민기자들은 완전히 뒤로 밀려났다. 블로그코리아를 굉장히 헐값에 인수했는데 그때만 해도 블로그코리아를 키우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오마이뉴스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했는데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버렸다. 그렇게 따지면 시민기자들은 검증됐나. 편집자들이 하나하나 문장을 다듬어야했고 거의 새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 다른 대안이 있나. 아마추어들이 전업 기자들만큼 세련된 기사를 쓸 수는 없으니까. 사실 확인이 안 되는 문제도 있을 테고. 나중에 소송이라도 걸리면 그걸 누가 책임지나.
“시민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이 그 두 가지다. 첫째, 검증이 됐느냐, 둘째,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느냐.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검증할 필요 없다. 검색엔진과 편집 알고리즘이 검증해준다. 집단지성에 의해 다 검증 받는다. 전문성 역시 전문가들이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의사 블로그가 부쩍 늘어났는데 이들은 웬만한 의료 전문기자들보다 더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자기 전문 분야를 이야기하니까 신뢰도 있고 직접 상담을 하기도 한다. 태터앤미디어 파트너 가운데는 차에 대한 포스팅을 하는 전문 블로거도 있다. 차를 연구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 블로거는 중국 전통차를 수집하려고 2~3개월에 한 번식 직접 중국도 다녀온다. 덕분에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미국 오라클 본사에서 일하는 개발자가 파트너로 합류했다.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문성에 대한 비판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고 문제는 어떻게 사실 관계를 검증하느냐일 텐데.”
– 내버려두면 집단지성이 알아서 검증해줄 거라는 말인가.
“얼마 전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루머가 블로고스피어에 떠돈 적이 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제프 자비스 뉴욕 시립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포스트를 먼저 봤다는 글을 올렸다. 블로고스피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블로고스피어가 잘못된 정보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정보만큼이나 옳은 정보도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자연스럽게 필터링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게 하루 단위로 뉴스를 전달하던 전통적인 주류 저널리즘과 다른 부분이다. 잘못된 정보는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실시간으로 검증이 되고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된다. 협업 필터링인 셈이다.”
–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지만 실시간 검증이 안 되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부풀려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구글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리얼타임 검색과 관련된 논의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과거의 콘텐츠를 신뢰도에 따라 늘어놓는 방식이었지만 누적된 결과일 뿐이고 실시간 이슈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만약 실시간 검색이 되고 수많은 불특정 사용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넘쳐나는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다면 검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 해외에는 오마이뉴스를 벤치마킹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났다. 간단히 몇 가지를 소개해 달라.
“최근 이란 부정선거 사태를 겪으면서 크게 뜬 서비스가 3개 있는데 CNN 아이리포트와 CBS 아이모바일, 그리고 유튜브 시티즌 뉴스다. 아이리포트는 한동안 주춤하다가 대규모 유혈 사태가 있었던 6월22일 하루 100만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고 한다. 아이리포트 덕분에 CNN이 전체 뉴스 사이트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테헤란 현지에서 보낸 휴대전화 동영상이 그 어떤 주류 언론의 뉴스보다 더 생생하게 현장 상황을 중계해준 덕분이다. 유튜브에는 10대 소녀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시민 저널리즘 가운데서도 동영상 뉴스가 가장 먼저 자리를 잡게 된 건 직관적이고 명확하고 팩트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누구나 동영상이 지원되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있으면 주류 언론 못지않게 역사의 현장을 증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동영상은 그렇다 치지만 일반인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기에는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나.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어다니지만 누구를 만나서 누구를 물어볼 것인지 최소한의 교육은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시민 저널리즘의 가장 큰 고민이 시민기자들 교육이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 학교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래스루트미디어의 댄 길모어도 기자들 교육이 제일 힘들다고 말하더니 결국 망했다. 유튜브는 좀 더 손쉬운 방법을 찾았던데 우리도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튜브 리포터스 센터라는 게 있는데 캐티 큐릭이나 밥 우드워즈 같은 유명한 언론인들이 등장하는 동영상 강의를 제공한다. 취재는 이렇게 해라, 팩트 검증은 이렇게 해라, 등등. 이 동영상을 보다 보면 일반인들도 아, 나도 이렇게 해야지, 기자되는 거 어렵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로패셔널 기자들과 시민기자들의 벽을 허무는 게 중요한데 일단은 자신감이 필요할 것 같다.”
–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다른 사례들도 소개해 달라.
“가디언은 이른바 크라우드 소싱을 취재에 활용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아웃소싱을 한다는 말인데 이를테면 영국의 정치인들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받았더니 문서가 45만8천건이나 됐다고 한다. 그걸 스캔을 떠서 웹 사이트에 모두 올려놓고는 독자들에게 검증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고 기자들이 독자들과 공동 취재를 했다. 아직도 가디언 홈페이지에 가면 이 자료가 그대로 올라 있는데 뒤져볼 만하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기사거리가 수두룩한데 이걸 기자 몇 명이서 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는 기자들이 취재 자료를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만들어냈지만 이 경우는 독자들과 자료를 공유하고 함께 기사 작성을 하는 방식이다.”
– 일반인들이 만들어낸 뉴스가 주류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는 경우도 늘어난 것 같다.
“데모틱스라는 사이트는 시민들의 사진을 모아서 판매도 한다. 그라운드리포트라는 사이트는 직접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시민기자들이 만든 영상을 방송으로 내보낸다. 우리 같으면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 최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트위터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른바 소셜 뉴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사실 오마이뉴스는 이미 7년쯤 전에 한줄뉴스라는 걸 실험한 적 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쏘면 그대로 오마이뉴스는 홈페이지에 뜨도록 하는 방식이다. 오마이뉴스가 속보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혁신적인 시도였는데 역시 검증되지 않은 뉴스라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엄지뉴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블로그코리아도 그렇고 한줄뉴스도 그렇고 굉장히 아쉽다. 시작은 먼저 했으면서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이제 와서 다시 시민기자들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철학이 바뀌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본다.”
– 소셜 뉴스라는 게 어떤 형태가 될 것 같은가. 아직은 그냥 막연한 개념 아닌가.
“신문과 방송은 지난 50년 동안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신문사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줄어든 광고 매출이 경기가 회복되는데도 만회될 기미가 없다. 잘 빠졌다, 이제 다른데 가자는 분위기다. 문제는 광고 매출 뿐만 아니라 신뢰도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닐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어떤 콘텐츠를 가장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아는 사람의 추천이 9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평가가 70%로 2위, 반면 TV는 62%, 신문은 61%, 잡지는 59%에 그쳤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 거 같은가.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으며 오히려 불특정 다수 개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다. 소셜 뉴스의 가능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독자들도 언론 기사를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이 직접 뉴스의 생산자면서 소비자가 되는 그런 시대가 왔다.”
– 막연한 개념인데 소셜 뉴스의 향후 발전 방향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미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대체되면서 잠식당하고 있다고 본다. 3가지 방향이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 첫째는 실시간, 둘째는 모바일, 셋째는 하이퍼 로컬, 지역 커뮤니티다. 이 변화의 주체가 바로 시민들이다. 아이폰 3GS가 들어온다는 전제 아래, 2012년 대선을 가정해 보자. 아이폰 3GS에는 동영상을 찍고 버튼 한번만 누르면 바로 유튜브에 업로드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주변에 한번 물어봐라.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휴대전화 단말기에 동영상 기능이 있지만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이 있나?”
– 거의 없다. PC에 연결하기도 번거롭고 파일 변환도 귀찮다.
“그런데 아이폰은 미리 계정 정보를 입력해 두면 동영상을 찍고 버튼 한번이면 끝난다. 어떤 게 가능할 것 같은가. 어떤 정치인이 거리 유세 도중에 엉뚱한 실수를 했다고 치자. 지금은 그게 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문이라면 다음날이 돼야 할 거고 TV라도 저녁 뉴스 시간이나 돼야 볼 수 있다. 온라인도 포털 사이트에 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아이폰+유튜브+트위터를 활용하면 순식간에 이슈를 확산시킬 수 있다. 동영상을 올리고 트위터에 소개하고 몇 차레 리트윗을 거치면 3분만에 수천수만명이 그 동영상을 보게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실제로 아이폰 3GS 출시 이후 유튜브에 모바일로 업로드된 동영상이 4배 이상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었다.”
– 아이폰 출시가 시민 저널리즘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거다, 그 말인가.
“동영상은 군더더기가 없고 명확하다. 없는 걸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사실을 완벽하게 그대로 전달한다. 시민 저널리즘이 확산된 계기를 보면 재난·재해와 선거 같은 관심이 집중되지만 정보는 부족한 상황들이다. 이럴 때 ‘듣보잡’ 사이트가 확 뜬다. 앞으로 어떤 사이트들이 뜨게 될지 모른다. 어떤 특종이 어디에서 쏟아질지 모른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정치인이 막말을 하고 그게 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갈수록 짧아진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바이스가 나올 것이고 감시의 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고. 정치 판도가 시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다. 앞으로 뉴스는 프로덕트(제품)가 아니라 프로세스(과정)가 될 것이다.”
– 트위터처럼 파편화된 뉴스들이 주류 언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범주가 다르지 않나.
“지금까지는 완성품이 아니면 유통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될 것이다. 1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2보와 3보, 종합기사가 그때그때 쏟아지게 된다. 객관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형식적인 균형을 맞춘 완결된 형태의 뉴스도 여전히 가치가 있지만 오히려 주관을 선명하게 드러내되 소통 과정에서 완성돼 가는 형태의 뉴스가 주목받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주관의 총합이 객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블로그를 봐라. 블로거들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 주관적이고 때로는 지나치게 편향된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댓글과 트랙백, 수많은 링크들이 그런 편향성을 보완해 준다. 완성돼 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붙고 계속해서 수정되고 추가되고 링크를 넘나들면서 의제가 확산되가는 과정이다. 가장 완성도 높은 형태가 위키피디아다. 불특정 다수의 집단지성이 정보의 가치를 높인다. 구글 페이지랭크에서 위키피디아가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그래서, 태터앤미디어가 하려는 건 뭔가.
“우리는 어느 정도 검증된 블로거들을 영입해서 엮어주는 작업을 한다. 새로운 온라인 신문을 만들기도 하고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광고를 하기도 하고. 콘텐츠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태터앤미디어에 파트너로 참여한 블로거들은 모두 아마추어들이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창간하는 거 결코 어렵지 않다. 시청에 가서 등록만 하면 된다. 우리는 벌써 5개 인터넷 신문을 거느린 미디어 그룹이 됐다. 야구 전문 야구타임즈와 해외 뉴스 전문 세계WA, 자동차 전문 카홀릭, 연예 전문 엔터팩토리, 그리고 PC 전문 플레이PC 등이다. 주류 언론이 취재하지 않거나 취재하지 못하는 영역을 파고 들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익모델이 관건인데 확실히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장사가 잘 된다. 핵심은 엘리트들만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이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10년 전, 모든 시민은 기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오마이뉴스의 창간 정신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시민이 발행인이 되는 단계로 옮겨왔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하나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돈도 거의 들지 않거나 전혀 들지 않는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한 개인이 주류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끌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미디어오늘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