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렸던 쌍용자동차 강제진압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권영국 변호사가 정리해 발표한 경찰의 불법 행위는 다음과 같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를 때려 잡는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5일 쌍용차 강제진압 현장은 치외법권 지대였다. 물과 식량 공급을 끊고 의료진 출입도 차단하고 도망치다 쓰러진 노동자들을 곤봉으로 후려치고 방패로 찍어 눌렀다.
–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는 “강제 해산시킬 때도 시위대의 퇴로를 확보하고 무리한 추적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해산 또는 도주하는 시위대를 무리하게 추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도 있다. 그런데 경찰이 도장 1공장 옥상에서 곤봉을 휘두르면서 노동자들을 비좁은 계단으로 몰아붙여 계단이 부서지고 일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업무상 과실치상에 해당한다.
– 이미 무장해제 됐거나 저항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무차별 폭행한 것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는 “시위대는 적이 아니므로 적대감을 갖거나 가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다. 집단폭행과 상해행위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볼 수도 있다.
– 발암물질인 최루액의 남용 역시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최루액에 함유된 디클로로메탄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노동부 고시에는 발암성 추정 물질로 분류돼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현장 책임자의 판단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최루제와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사망 위험이 높은 전자 충격기, 테이저 건 역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에서 150명 이상이 테이저 건을 맞고 사망했다”면서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테이저 건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경찰청 훈령에는 테이저 건을 대 테러장비로 분류하고 전극 침을 안면을 향해 발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다목적 발사기, 고무탄 총 역시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인질범의 체포 또는 대 간첩, 대 테러작전 등 공공시설의 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안에서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간첩도 테러리스트도 아니다. 쌍용차 공장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며 이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도 고무탄 총을 발사할 이유는 없다.
– 물과 식량 공급을 차단한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고 생존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소화전을 차단한 것은 소방기본법 위반이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다. 경기도 소방서에서 단수 해제를 요구했는데도 이를 거부한 것은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의료품 반입과 의료진 진료를 차단한 것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행위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다.
– 용역경비들의 폭력행위를 방조한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 경비업법에는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를 명령한 경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경찰이 용역경비들에게 경찰복과 방패를 빌려준 것은 공무원 자격 사칭죄의 교사 또는 공동정범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