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립영화, 참 잘 만든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도 그렇다.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한 세상인데 거금 3500원을 주고 내려 받아서 봤다. 영화관 관람료의 절반 가격이지만 뭐 이 정도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반두비’는 ‘가장 좋은 친구’라는 뜻의 방글라데시 말이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처럼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여고생 민서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 노동자 카림이 주인공인데 설정만 봐도 딱 줄거리가 떠오르지만 결코 식상하지는 않다. 핵심을 정확하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의 위선과 허울을 건드리는, 그러면서도 결코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으며 따뜻하고 즐거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무슬림인 카림은 엄격하고 도덕적이며 성실하다. 카림은 검은 피부의 이주 노동자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멸시를 묵묵히 견뎌낸다. 반면 중산층의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민서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반항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일탈한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카림이 제도화된 차별을 견뎌내는 방식은 민서가 주류 사회의 질서를 조롱하고 정면으로 맞서는 방식과 상통한다.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때문인지 네이버에서 ‘반두비’를 검색하면 ‘반두비 노출’이라는 추천 검색어가 따라나오는데 노출 장면은 전혀 없다. 청소년 관람 불가의 진짜 이유는 아마도 청소년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현실을 이 영화가 폭로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소외와 소통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좋은 영화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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