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이 최선의 보안 대책일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운영체제와 모든 웹 브라우저에 호환되는 공인인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연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대법원이 9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공인인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픈웹 운동을 주도학도 있는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낸 소송인데 이미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바 있고 이번이 최종 판결이었다. 법원의 논리는 첫째, 모든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둘째, 어떤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느냐는 사업자들의 사업적 판단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의 상대는 공인인증을 담당하는 금융결제원이었다. 금융결제원은 정부기관은 아니지만 인터넷 뱅킹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는 금융결제원에서만 발급된다. 그런데 금융결제원은 MS 윈도우즈+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지원한다. 이 말은 곧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무조건 MS 윈도우즈를 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이게 사업자들의 사업적 판단에 맡겨둘 문제일까.

특정 회사의 상품을 정부가 강매하고 있는 상황인데 덕분에 국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MS 윈도우즈를 쓰고 싶지 않거나 살 돈이 없는 경우는 아예 배제된다. “MS를 안 살 거면 인터넷 뱅킹도 하지 마”, 이런 맥락인데 덕분에 MS가 인터넷 뱅킹을 송두리째 장악하는 결과가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MS 윈도우즈 점유율이 가져온 어처구니없는 비극인데 정부가 이런 몰상식인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더욱 더 참혹한 비극을 낳을지도 모른다.

참고 : 웹에 접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정환닷컴)
참고 : 리눅스는 반자본주의 실험이다.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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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정부와는 관계없는 기관이라지만..
    참고 : 리눅스는 반자본주의 실험이다. (이정환닷컴) 란 글을 함께 읽고 나니.
    음. 그냥 조금 답답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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