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프랑스어를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호기롭게 ‘라디씨옹 실부플레(계산서 주세요. L’addition, s’il vous plait)’라고 외쳤을 때 식당 안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는 걸 보고 내 발음이 약간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됐다. 더 놀랍고 당황스러웠던 일은 ‘베르사이유’라는 발음을 이 사람들이 도무지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알고서였다. 나중에 메모지에 ‘Versailles’라서 써서 보여주고 나서야 겨우 표를 살 수 있었다.


‘Versailles’의 정확한 발음은 [vɛʁsaj]다. [ʁ]은 ‘르’보다는 ‘흐’에 가깝고 [j]는 ‘유’ 보다는 ‘이’에 가깝다. 굳이 우리 말로 적자면 ‘베싸이’ 정도가 맞다. 이걸 ‘베르사이유’ 또는 ‘베르사유’라고 쓰게 된 건 아마도 일본의 외래어 표기법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는 ‘ベルサイユ’라고 쓰고 ‘베루사이유’라고 읽는데 이렇게 발음하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Bastille’도 ‘바스티유’가 아니라 [bastij], ‘바스티’ 정도가 맞을 듯.

이번에 음악 공유 사이트 자멘도의 CTO, 실뱅 짐머를 인터뷰하다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너네 나라 가서 베싸이를 베르사유라고 했더니 절대 못 알아듣더라. 내 발음이 그렇게 이상하냐.” 그랬더니 하는 말이 “베싸이가 뭔데?”였다. “루이 14세의 팰리스” 어쩌고저쩌고 한참 설명한 뒤에야 뜻이 통하긴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참고로 프랑스의 R 발음은 유리창을 닦으면서 입김을 불 때 ‘호~’하는 소리, 그때 ㅎ 발음에 가깝다고.

(실뱅 짐머, 놀랍게도 25살이었다. 출처 :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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