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jeonghwan.com

온라인 서재 공유, 유저스토리북.

유저스토리북이 마침내 오픈했다. ‘마침내’란 표현을 쓴 것은 이 회사가 창업 1년 동안 꼼지락거리면서 내놓은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저스토리랩? 그 회사 뭐하는 회사냐고 물을 때 설명하기가 참 난감하기도 했는데 드디어 그 첫 작품이 나왔다. 정윤호 대표와 형 동생 하며 지내는 사이라 내게는 애정이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유저스토리북은 서재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오프라인의 책들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셈인데 이를테면 “나 요즘 이런 책 보고 있다”거나 “우리 집에 이런 책 있다”거나 “이런 책 빌려줄게, 필요하면 말해”, 뭐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적인 구조는 알라딘의 북로그와 싸이월드 미니홈피, 트위터를 결합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형태다.

일단 직관적이고 쉽다. 제목의 일부만 입력해도 책 표지 그림이 뜨고 클릭하면 ‘내 서재’에 추가된다. 작정하고 서평을 쓰라면 부담스럽겠지만 간단히 메모 몇 줄만 남기는 분위기다. “이 책은 말이야. 이러이러한 책이야.”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해도 되고 간단히 논평을 해도 된다. 먼저 읽어 본 사람의 자기자랑이랄까.

트위터처럼 팔로잉(따라읽기)과 팔로워(따라읽는 사람)가 구분돼 있는데 한 바퀴 돌면서 친구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누군가가 ‘전태일 평전’에 올려놓은 “삶이 멈춰있다 싶을 때, 읽으면 다시 걷게 된다”는 메모를 읽고 나면 어딘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이 책을 다시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빌려줄 수 있는 책’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들이 충분히 늘어나면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고 책을 서로 돌려볼 수도 있겠다. 보통 책은 빌려주는 게 아니라지만(돌려받기가 어려우니까) 여기서는 누가 빌려갔는지 누구에게 빌려왔는지 늘 확인이 되기 때문에 나 몰라라 하는 일은 없을 듯.

집에 읽다가 만 책, 읽지 않고 쌓아둔 책이 300권쯤 되려나. 언제 날 잡고 한꺼번에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좀 생겼다. 작정하고 하루에 한권씩 읽고 메모를 남겨 보는 건 어떨까. 잠깐의 경험이지만 유저스토리북은 소유욕을 자극하면서 성취감과 동기부여를 준다.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이 있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서재가 풍족해진 것은 꿈처럼 행복한 일이었지만 정작 책을 정렬하는 방법을 두고 옥신각신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나도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 없는지 어느 책이 어느 구석에서 어느 책 밑에 깔려 있는지 알지 못하는데 이렇게나마 소장 목록을 작성해 보는 것도 좋겠다.

비슷한 서비스로 음반이나 영화도 가능할 것 같다. 일단 관건은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울창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사용자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칸칸으로 닫힌 고립된 서재가 아니라 서로의 서재를 넘나들면서 사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의식의 공유를 이룰 수 있도록.

이곳에서 공유되는 것은 넘쳐나는 추천도서 목록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뽑아낸 짤막한 메모, 스쳐가듯 직관적인 영감과 상상력이다. 수많은 책을 읽고도 여전히 미성숙한 사람이 있는 반면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세상이 뒤바뀌기도 한다. 세상이 온통 온라인으로 함몰돼 가는 느낌인데 유저스토리북은 역설적으로 종이 책과 오프라인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참고 : 유저스토리북. http://userstorybook.net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