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총괄대표이사에 선임됐다.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정 부회장의 신세계 지분은 7.3%로 17.3%를 보유한 어머니 이명희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다. 41세인 정 부회장은 1992년에 입사해 광주신세계 점장과 신세계 백화점 부문 본점장 등을 거쳤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입사 15년 만에 최고 경영자가 된 셈이다. 그동안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구학서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세계의 3세 구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편법승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과 달리 정 부회장은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주식은 84만주 가운데 37만주를 증여세로 납부했다. 2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것과 그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 부회장은 15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바는 없다.

재산 형성 과정에도 논란이 많다. 특히 광주신세계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189억원 이상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신세계는 1995년 광주신세계를 자본금 5억원의 별도법인으로 세운 뒤 1998년 25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정 부회장이 이를 모두 인수했다. 지점이 아니라 별도법인을 만든 것도 이례적이지만 유상증자 지분을 대주주인 신세계가 빠지고 정 부회장이 넘겨받은 것도 논란이 됐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을 83.3% 확보했는데 2002년 상장 이후 583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신세계의 자회사였는데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정 부회장의 개인 회사로 바뀐 셈이다. 유상증자 단가가 적정했느냐도 논란이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4월 신세계 소액주주들을 모아 정 부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다. 최대 1만9434원으로 평가되는 주식을 5천원에 발행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개혁연대 김주연 간사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을 잃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신세계는 일부러 실권을 하고 정 부회장에게 지분을 넘겨줬다”면서 “광주신세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처럼 헐값발행을 통한 경영권 편법승계의 도구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는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매일경제는 “정용진의 신세계로 오면 즐겁고 풍요로워져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낯 뜨거운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 신문은 1개 면을 통째로 털어 쓴 기사에서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그의 당당한 체구에 놀란다”거나 “헬스로 단련한 몸짱”이라거나 “권위적이고 격식을 따지지 않으며 오너 경영자 답지 않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등 정 부회장의 인간적 매력을 부각시켰다.

중앙일보는 “젊어진 신세계 글로벌 유통 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운 비전에 맞는 혁신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발탁하면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는 신세계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다. 한국경제는 “신세계 정용진호 출범… 오너 책임경영 본격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향후 신세계의 공격적인 경영행보가 예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 다퉈 정 부회장을 띄우는 분위기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앞서 신세계의 언론 플레이가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신세계는 올해 들어 정 부회장과 기자들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 왔다. 지난 4월 유통 기자들의 유럽 취재에 정 부회장이 예고 없이 나타나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신세계가 올해 들어 광고 물량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는 것도 신세계 3세 구도에 대한 언론의 우호적인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Similar Pos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