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트위터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다녀왔다. 나에게 묻고 싶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오보에 대한 경위였다. 쪽팔린 이야기지만 짧은 트위터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해서 기꺼이 인터뷰를 수락했다. 요즘들어 언론에서 부쩍 트위터에 대한 관심이 불어났다. 그런데 나와 인터뷰를 한 PD는 정작 트위터를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은 건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던 무렵이었다. 8월9일. 지금은 잘렸지만 김용민 앵커와 ‘시사자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신랄하게 마음껏 이명박 정부를 난도질했었는데 그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별도의 대본이 준비돼 있었다. 급하게 만든 예비 대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금 전 서거하셨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울컥하고 숨이 턱 멎는 듯 했다.
방송 도중 광고가 나가는 틈을 타서 어머니께 문자를 보냈다. “DJ 위독. 오늘 저녁을 못 넘길 것 같다고.” 목이 메어서 방송을 어떻게 끝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김용민 앵커 이야기로는 민주당 사람들이 이미 연세세브란스 병원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했다. 심정지 상태고 연명치료에 들어갔다고 했다. 방송이 끝나고 여러 경로로 확인을 해봤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곧 공식 브리핑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주변의 기자들과 민주당 관계자들을 통해 몇 차례 확인을 한 뒤 집에 돌아와서 병원으로 달려 가야 하나 한참 망설이다가 휴대전화로 트윗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아슬아슬 경계를 넘나드는 상태였다. 그때가 새벽 4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미 심장이 멎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확인 중.” 월요일 새벽, 트위터는 발칵 뒤집혔다. 확실하냐는 질문과 함께 성급하게 추모 트윗까지 쏟아졌다.
병원에서는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새벽이라 전화로는 담당자조차도 연결이 안 됐다. 그런데 한 시간 뒤 비뇨기과 의사인 양광모(@healthlog)님이 연세대 병원의 동료들에게 확인을 해서 위독하긴 하지만 당장 돌아가실 정도는 아니라고 트윗을 올렸다. 나도 여러 경로를 통해 연세대 병원에 확인을 하고 김 전 대통령이 고비를 넘겼다는 걸 알고 아침 10시께 정정 트윗을 내보냈다.
속보 욕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트윗을 통해 먼저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오늘내일 한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날 저녁 심각한 상태였던 것은 분명했다. 충분히 확인을 했는데도 결과적으로 나는 오보를 날렸다. 김 전 대통령은 그날 위기를 넘겼지만 2주일 뒤인 8월17일 결국 서거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 2주일을 보내야 했다. 서거 이후에도 그 무거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트위터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정보를 수정·보완하고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도 크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돼 있었지만 이제는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직접 생산과 유통에 참여한다. 트위터는 일 대 다수에서 다수 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그만큼 질 낮은 콘텐츠가 범람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자정의 기능도 작용한다.
겨우 몇 분 차이일 수도 있지만 트위터는 정보의 격차를 넘어서고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트위터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단순히 정보를 실어나르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거대한 의식의 공유, 집단지성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말을 하기 시작할 때 그 가운데서 옳은 것, 참된 가치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