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트위터 단속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대략적인 결론은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가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정도로 정리됐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트위터를 규제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모호한 선거법 규정과 이를 고무줄 잣대로 재단하는 선관위의 자의적 태도에 있다. 몇 가지 명확히 해둘 부분이 있어서 간단히 정리해 본다.
선관위는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등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 표시는 허용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는 안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데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나는 ○○○을 지지한다”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여러분, ○○○가 당선되도록 힘을 실어 주십시오”라거나 “○○○를 절대 찍지 마세요”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올리거나 복사해서 나르는 경우 역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실을 적극적으로 유포시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허위 사실이 아니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역시 불법이 된다. 과거 논란이 됐던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모두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선거운동 기간, 정확히는 선거 13일 이전부터 선거일 전날까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 허위 사실만 아니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가 모두 허용된다는 이야기다. 이 기간에는 낙선운동도 할 수 있다. 과거 논란이 됐던 김연수씨 사건의 경우도 선거운동 기간 이전이었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됐다.
트위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선관위가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선관위가 최근 발표한 ‘트위터 이용 가능 범위’를 간단히 정리하면 선거운동 기간에는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특정 정당이나 예비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가 금지된다.
다시 정리하면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 표현만 가능하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지지나 반대 등 적극적인 행위도 허용된다. 굳이 트위터라고 다를 게 없다. 결국 논의해야 할 부분은 선거운동 기간 이전, 다시 말해 후보자 등록 이전에 특정 정당이나 예비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다. 사전 선거운동 금지는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는 제도다.
논점을 명확히 해보자. 우리는 사전 선거운동 금지를 폐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아울러 13일의 선거운동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선거운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측면도 있다. 보수 정치권과 선관위는 사전 선거운동 금지라는 조항을 내세워 합법적인 선거운동의 기회까지 가로막아 왔다.
민주당의 선거법 개정 논의에 숨은 정치적 의도를 읽어낼 필요도 있다. 뒤늦게 뛰어든 일부 정치인들이 적당히 트위터 열풍에 묻어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이날 토론회는 트위터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공허하고 원론적인 대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저는 여러분들 편이에요’하는 제스춰. 정동영 의원 등의 진의를 왜곡하고 싶지 않지만 딱히 진지한 고민이 읽히지 않는다. 뭐하다가 이제 와서 선거법 개정을 외친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선관위의 삽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는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예비 후보자의 트윗을 리트윗 하는 것도 안 된다는 등의 기준을 내놓았는데 이는 한심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런 식의 규제는 애초에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선거법의 취지를 크게 벗어난 월권이다. 선관위가 기술의 변화를 못 따라간다고들 지적하지만 결국 해법은 사전 선거운동 금지를 폐지하는 것 밖에 없다.
허위사실의 유포와 근거없는 비방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선거운동 기간 이전이든 이후든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집권과 정치인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인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선거법 개정은 상당히 요원한 일이 될 것이고 트위터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트위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래는 선거법 관련, 그동안 썼던 기사들 가운데 일부.
참고 :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다. (이정환닷컴)
참고 : 표현의 자유를 선거법이 제한할 수 있나. (이정환닷컴)
참고 : 블로거들, 낡아빠진 선거법과 전쟁을 벌이다. (이정환닷컴)
참고 : 우리에게 패러디의 자유를 달라. (이정환닷컴)
참고 : ‘이명박 UCC’ 김연수씨, 벌금 80만원 선고. (이정환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