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을 하루 앞둔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등 14개의 메달을 땄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우리나라 순위가 7위로 기록돼 있는데 국내 언론은 5위라고 발표하고 있다. 국내 언론은 금메달 수 기준으로, 주최국인 캐나다에서는 전체 메달 수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다.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하면 캐나다가 13개의 금메달을 따서 1위지만 캐나다 언론들은 3위라고 발표하고 있다. 캐나다는 은메달이 7개, 동메달이 5개로 전체 매달 수는 25개에 그쳤다. 1위인 미국은 금메달이 9개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이 각각 14개와 13개로 모두 36개의 메달을 땄다. 2위인 독일은 금메달 10개를 비롯해 29개의 메달을 땄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기준으로는 스위스와 함께 공동 5위인데 7위와 8위가 금메달 5개, 9위와 10위가 금메달 4개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금메달 기준 순위 5위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은메달이나 동메달에도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는 전체 메달 수 집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금메달 6개로 5위에 오른 것보다 메달 14개로 7위에 오른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순위. 캐나다는 금메달 수로는 1위지만 종합 집계로는 3위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순위.)

순위 집계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 등 대부분 나라들이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하는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프랑스 등은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올림픽조직위원회(IOC) 홈페이지에는 과거 올림픽 순위를 기록 또는 저장하지 않는다. 세계 평화를 위한 아마추어 스포츠 행사에서 순위 집계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집계 방식에서는 10개의 은메달 보다 1개의 금메달이 더 중요하게 된다. 1등을 하지 못하면 순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 같은 사고방식에서는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비롯해 동계 올림픽에서 통산 8개의 메달을 획득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걸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이 나서서 순위 목표를 제시하고 메달 개수를 세며 순위 등락에 관심을 쏟는 것도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올림픽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의 눈물을 반복해서 비추는 한국 언론의 집요함도 이런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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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어느쪽이 더 옳은지는 가치판단의 문제겠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한, 중, 일, 영, 프, 독, 이태리, 스페인, 러시아,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여전히 ‘금메달 우선’ 방식으로 메달집계를 하고 있습니다.

  2. 아마도 각각의 나라가 자국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메달 집계를 하면서 만들어진 구분법이 아닐까요?

    분명 메달을 따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하였겠지만, 금메달을 딴 사람에게 동메달을 딴 사람보다 더 많은 축하를 해주고 있으니까요.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다거나, 혹은 가치가 보다 높은 “금”으로 메달을 만들어주는 점을 놓고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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