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23평짜리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억2천만원이라면 평당 4435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믿기지 않는 가격이지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그렇다. 1979년에 지어진 이 낡은 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비싼 것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용적률을 높여서 새로 지으면 시세차익이 크게 남을 거라고 보기 때문인데 과연 그런 마법이 가능할까. 이미 너무 비싼 것은 아닐까.

강남구청은 3일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 허용 여부는 5일 자문위원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은마아파트의 투자 수익성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주변 아파트 가격이 들썩거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집값이 너무 뛴 상황이라 수익성이 매우 낮고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은마아파트에는 102㎡(31평)형이 2674가구, 112㎡(34평)형이 1750가구 있다. 대지면적 23만9226㎡에 연면적이 46만6748㎡, 용적률은 195% 정도다. 만약 용적률이 270%까지 허용된다면 연면적을 64만5910㎡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보다 38.4%나 늘어나는 셈이다. 사람들이 재건축의 마법에 솔깃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수고 더 넓게 새로 지으면 집값도 뛰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에다 기부채납과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감안해야 한다. 기부채납 비율이 13%라면 연면적이 56만1942㎡로 줄어든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10.6%라고 가정하면 54㎡(16평)형을 1106호 지어야 한다. 그럼 남는 연면적은 50만2625㎡. 여기에 4424호가 들어가려면 106㎡(32평)형을 2091호, 120㎡(36평)형을 2333가구 지을 수 있다. 583가구가 5평 정도, 나머지 3841가구는 2~3평 정도 늘리는데 그친다는 이야기다.

반면 사업비와 금융비용을 더해 1조4221억원 정도 들 걸로 예상되는데 새로 들어설 소형 평형 물량을 4억9천만원씩에 일반 분양한다고 하더라도 4798억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4424가구가 1억6400만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라. 겨우 2~3평을 더 늘리는데 1억6400만원을 낸다면 공사가 끝난 뒤 과연 집값이 그 정도 오를까. 게다가 최소 2~3년을 나가 살아야 한다는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전후 연면적 변화. 1조4422억억원을 투자하는데 소형평형과 기부채납을 빼면 연면적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4~5년의 투자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수익률은 1.6% 정도, 그나마 현재 집값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이야기다.)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32평형은 11억원 정도, 36평형은 13억1천만원 정도다. 이 경우 32평형에 들어가는 가구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36평형에 들어가는 가구는 9천만원 정도 이익을 보게 된다. 전체 4424가구를 종합하면 수익률은 1.6% 정도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사업시행 인가 등을 거쳐 공사가 끝나는 4~5년 뒤 주변 시세가 관건이겠지만 과연 이런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 계산은 소형평형 의무비율에 따라 그리고 용적률 배분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떻게 바꾸더라도 현행 제도 아래서는 이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1 대 1 건축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600가구 이상을 늘려서 일반 분양할 수 있지만 기존 가구는 면적을 거의 늘릴 수 없다. 역시 공사비용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언론이 쏟아내는 엉터리 사업성 분석을 믿지 마라”면서 “은마아파트는 지금이라도 팔고 떠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미 집값이 터무니 없이 뛴 상황이라 용적률을 높이지 않는 이상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선 부소장은 “폭탄을 넘겨받을 더 멍청한 바보 찾기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데 언론과 사이비 전문가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 부소장은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이미 20만호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부가 자산관리공사를 동원해 매입을 해주고 있는데도 건설업체들 부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향후 2~3년 안에 상당수 건설회사들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 부소장은 “이미 소득 대비 집값이 높은 상황이라 고점 붕괴는 시간문제”라면서 “더 늦기 전에 폭탄 돌리기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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