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트위터가 대세다. 기업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때로는 언론의 오보를 바로잡기도 하고 언론보다 앞서서 특종을 터뜨리기도 한다. 기업 트위터는 단순히 홍보 마케팅에 활용하는 용도를 넘어 친구 같은 이미지를 주고 신뢰를 심는다. 우리나라에서는 KT(@ollehkt)와 LG전자(@lg_theblog) 등이 기업 트위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유독 삼성그룹 트위터는 한마디 한마디가 구설수에 오르고 비난의 표적이 된다. 이유가 뭘까.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 계정은 @samsungin이다. 팔로워는 2일 현재 6890명에 이른다. 트윗 수는 196건으로 다른 기업 트위터와 비교하면 그리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가 @samsungtomorrow라는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samsungcampaign이라는 이벤트 계정도 있다. 각각 팔로워는 2125명과 2173명씩이다. 그리 인기있는 트위터리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삼성그룹 트위터가 처음 주목을 받았던 건 지난달 24일 이건희 회장의 복귀 소식을 알리면서부터다. 극비리에 진행된 탓에 어느 언론도 눈치 채지 못했던 트위터 특종이었다. 트위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합니다”라는 짧은 문장이 올라온 뒤에야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samsungin은 이어서 “많은 임직원들이 환영 댓글을 올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내 게시판에 오른 의견을 인용해 소개하기도 했는데 삼성 임직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 보기는 아연실색할만 한 내용들이었다.

“20만 삼성인의 가슴을 다시 한 번 고동치게 해주시고 IMF 때처럼 위기 이후 삼성이 더욱 빛나게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도요타의 최근 모습을 보면서, 회장님 말씀은 더 공감이 가고, 회장님의 복귀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년 뒤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정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은 이 회장의 복귀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을 의식하지 못했던 듯하다.

트위터에서는 삼성 내부 반응을 두고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amdg77은 “이건 뭐 유사종교집단이 따로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eonsoju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취임,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인용했고 @capcold는 “무소불위 대형 탈세범이 맘대로 복귀해도 용납되는 지경인 사회 꼬라지라니,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지적했다. @Chullly는 “순간 북한인 줄”이라며 당황스러운 감정을 털어놓았고 @ozzyzz는 “여차하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 기세”라고 비꼬았다.

지난달 31일 전직 삼성전자 직원이었던 박지연씨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다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 트위터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박씨를 포함해 백혈병과 림프종 등 조혈계 암 질환으로 앓았거나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전직 삼성전자 직원은 최소 22명, 이 가운데 박씨를 포함해 8명이 숨졌다.

@samsungin 은 박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오늘 삼성의 가족인 박지연님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aleph_k는 “가슴 아프면 산재 인정부터”라고 지적했고 @kijung_lee는 “죽고 나서야 가족으로 인정해주는군요”라고 비꼬았다. @Rewinder61는 “뒤에서는 칼을 꽂고 앞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인면수심”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이밖에도 “악어의 눈물”이라거나 “살아있을 때 잘해주지 그랬느냐” 등등 거의 대부분의 리플이 비난 일색이었다.

삼성은 박씨의 죽음을 애도한다면서도 박씨가 집단 백혈병의 8번째 희생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누리꾼들은 박씨의 사망 관련 뉴스를 링크하면서 “불러도 대답없는 @samsungin”이라는 @doax의 트윗을 계속 리트윗하면서 삼성을 압박했다. 오죽하면 “삼성 트위터 운영자가 더 불쌍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samsungtomorrow는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에 하나하나 답변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정면 대응했으나 역시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 “회사는 회복을 위해 치료비 등을 지원해왔고, 회사 동료들도 모금운동으로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 줬다”고 반박한 것과 관련, @mychoi64는 “‘훈훈하다’는 그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고 @hefeweiss는 “누가 봐도 산재가 의심되는데 돈 몇푼 쥐어주고 훈훈한 척 하기가 글로벌 스탠더드인지 궁금하다”고 쏘아붙였다.

노회찬(@hcroh) 진보신당 대표가 “삼성전자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과정의 방사능 물질에 대해 영업비밀이라고 공개 거부하고 있고 정부는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한다”고 지적하자 “반도체 제조과정의 모든 사용물질은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팀에 전부 제출했다”면서 “참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samsungtomorrow 의 주장은 직원들도 방사선 설비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고 있고 이 설비는 뚜껑을 여는 순간 전원이 차단되기 때문에 노출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등이다. 2004년 입사한 J씨는 입사 이전부터 림프종 병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2차례나 역학조사를 진행했으며 최고 권위 환경안전분야 교수들에게 자문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역학조사와 자문위원회의 신뢰성 문제, 환자 가족들을 배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평균 이상의 높은 발병률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조목조목 반박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말 곤란한 질문은 모두 생략했다.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쏟아지는 누리꾼들의 비난에 적당히 답변을 하는 시늉을 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KBS가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을 기념하는 열린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과 관련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하던 시민단체 회원들 9명이 경찰에 연행됐을 때도 누리꾼들이 “사실이냐”고 물었지만 침묵했다.

다른 기업들이 트위터를 소비자와 거리를 좁히면서 무형의 기업이 아닌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데 활용한다면 삼성 트위터는 재벌 대기업의 이미지 그대로다. 삼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별개로 친구가 되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사무적인 이미지다. 즐겁게 소통한다기 보다는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을 준다. 유독 삼성이 트위터 공간에서 배척당하고 조롱당하는 건 삼성 특검 이후 악화된 여론과 특히 최근 일련의 사건들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런 미숙한 소통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숨진 박씨에게)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줬다”고 해명하자 @esanpark가 “쫌만 더 훈훈했다간 산재 노동자들을 재료로 쓰는 훈제요리 전문기업으로도 1등하겠다”면서 “훈훈하기론 추모행렬 막아선 경찰 쪽하고의 동료애가 더 그럴 듯할 것 같다”고 비꼰 것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의 한 홍보 담당자는 “기업 트위터는 애초에 전학생 같은 낯선 존재일 수밖에 없다”면서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인데 그러려면 장점이든 단점이든 솔직하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3일 태터앤미디어 주최로 열린 블로그 네트워크 포럼에서 LG전자 정희연(@midorijung) 차장은 기업 트위터의 10가지 성공 조건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삼성 트위터에 특히 부족한 것은 3번과 9번, 10번일 것이다.

1. 감성과 정보가 결합된 이모메이션(emotion+information).
2, 1인칭을 고집하라.
3. 솔직함과 인간미가 가장 중요한 매력.
4. 하고 싶은 말을 참아라.
5. 블로그의 파워는 대화의 양에서 나온다.
6. 온라인 대화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라.
7. 고객 의견 수렴하여 운영에 반영하라.
8. 고객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 나서라.
9. 이슈를 피하지 말고 맞서라.
10. 신뢰형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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