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른바 연아 회피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린 누리꾼을 고소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인촌이 한 누리꾼에게 불법행위를 신고 당했다.
다들 알다시피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이패드의 국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파인증과 형식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유통·판매, 사용되는 아이패드는 불법이다. 연구와 시험, 전시용으로 수입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통관이 허용된다. 전파법에 따르면 인증 받지 않은 방송통신 기기 등을 이용하거나 관련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최대 2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은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과거 아이폰도 마찬가지였고 전파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가 마찬가지다. 국방이나 치안과 관련된 무선 통신을 도청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만든 규제다. 이에 따라 정식으로 수입 허가를 받지 않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건 전파법 위반이 된다. 개인적으로 사들여 오는 경우도 불법이다. 개인적으로 전파 인증을 받으려면 40만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유인촌 장관이 26일 브리핑에서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이걸로(아이패드) 하니까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그거 전파 인증은 받았느냐”는 의문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화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전자 출판을 주제로 브리핑을 하느라 업체가 가져온 아이패드를 빌려온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방통위의 규제를 문화부가 뒤집는 그야말로 ‘팀킬’인 셈이다.
그런데 한 누리꾼이 유인촌을 신고했다. 전파인증을 담당하는 전파관리소가 최근 “인증 받지 않고 해외에서 들여온 아이패드 등을 이용하면 불법으로 간주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힌 게 그 근거다. 전파관리소는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신고 서식까지 마련해 뒀다. 이 누리꾼은 유인촌 뿐만 아니라 두산 그룹 박용만 회장과 가수 구준엽씨 등을 함께 신고하고 이를 인증 샷으로 남겨 트위터에 뿌렸다.
물론 전파관리소는 연구와 시험, 전시용 등 목적이라면 예외적으로 통관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누리꾼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돈 있는 놈들은 연구 목적이고 우리는 불법이고? 참으로 어쭙잖은 규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유인촌이나 박용만은 연구든 뭐든 그럴 듯한 핑계를 대겠지만 빽도 없고 핑계도 먹히지 않는 일반인들은 그냥 정식으로 수입이 허용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야 수입이 되거나 말거나 큰 문제는 아니다. 그거 없이도 다들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까. 그렇지만 이거 참 한심한 규제 아닌가. 더 한심한 일은 장관이라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그 문제의 아이패드를 들고 기자들 앞에 서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나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국민들은 그야말로 실소할 수밖에 없다.
나는 유인촌을 신고한 이 누리꾼의 행동이 용감할 뿐만 아니라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유튜브나 트위터 때문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처럼 엉터리 규제를 무너뜨리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다. 시대가 바뀌는데 여전히 해묵은 규제를 강요하는 멍청한 정부 관료들을 조롱하고 창피하게 만들어야 한다. 유인촌이나 박용만은 모르겠지만 구준엽은 아마 벌금을 물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최근 몇몇 블로거들과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밑그림이 나올 텐데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선거법을 위반하는 집단행동을 해보자는 거다. 이를테면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올리면 명백한 불법이지만 만약 그 블로그가 해외 사이트에 개설돼 있다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하려고 하는가. 그게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자세한 기획 제안은 다음 링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