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다. 이미 수도권 지역 아파트는 2억원 이상 폭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경기도 파주에서는 미분양 아파트 100여채가 떨이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은행 창구에는 대출 상환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부동산 관련 광고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톱 탤런트들도 아파트 광고가 끊겨 울상이다. 부동산 불패를 외쳐왔던 보수·경제지들까지도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최근 부동산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폭락 시대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단장과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등 부동산 전문가 4명을 연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다른 관점과 해법을 갖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이미 고점을 찍었으며 장기 대세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일치된 전망을 내놓았다.
첫 번째 쟁점. 도대체 집값이 왜 떨어지는가.
김헌동 단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보금자리 주택을 쏟아내면서 투기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단장의 주장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일단 보금자리 아파트가 결코 싸지 않으며 반값도 아니라는 반박이 있고 보금자리 주택은 집값 하락과 무관하며 오히려 집값이 한창 뛰던 무렵 보금자리 주택을 내놓았으면 투기 광풍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됐을 거라는 반박도 있다.
선대인 부소장은 집값 하락은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한다. 가계소득 대비 집값이 2008년 말 기준으로 이미 6.26배인데 미국은 3.55배, 일본은 3.72배다. “빚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다 냈고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선 부소장의 주장이다. 선 부소장은 수도권 핵심 지역은 이미 2006년 말, 외곽 지역은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경 처장과 홍헌호 연구원은 보금자리 주택의 심리적 위축 효과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공급과잉의 일시적 효과라고 본다. 이미 대세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선대인 부소장과는 입장이 다르다. 이 처장은 “보금자리 주택은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홍 연구원은 “보금자리 주택을 늘리는 건 좋지만 국민임대 주택을 줄이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쟁점. 부동산 거품 어떻게 꺼뜨릴 수 있나.
먼저 김 단장은 싼값에 대량 공급이 해법이라고 본다. “평당 3천만원짜리 아파트 옆에 1100만원짜리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면 3천만원짜리 아파트가 팔리겠느냐”는 이야기다. 김 단장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싼 아파트에 방점을 찍는다. 이 대통령이 공언한 것처럼 60만호까지는 아니라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집값 거품을 빼고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 연구원은 금융규제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본다. 담보인정비율 (LTV)과 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추라는 이야기다. 홍 연구원은 “금융규제는 비용도 안 들고 효과는 즉각적이면서 강도 조절이 쉽고 기득권 계층의 저항도 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출이 어려워지면 돈 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홍 연구원은 오히려 부자들이 LTV가 더 높다고 반박한다. 투기적 가수요를 잡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해법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다.
이 처장은 일관되게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해 왔다. 해법은 역시 부동산 보유세 강화다.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하게 된 상태지만 노 전 대통령 시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는 게 이 처장의 주장이다. 누진세가 아니라 비례세로, 모든 집 가진 사람들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자는 이야기다. 이 처장은 집값은 시장에 맡겨두고 마음대로 사고팔게 하되 시세차익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면 된다고 본다.
선 부소장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집값은 떨어지게 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4단계 폭락론인데, 첫째, 집값이 너무 높아 추격매수가 고갈되고 있다. 둘째, 이르면 올해 하반기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셋째, 2013년이면 본격적인 공급과잉 국면으로 들어선다. 넷째, 2014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효과가 나타난다. 선 부소장은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이상의 장기하락 국면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세 번째 쟁점. 출구전략 시기는 언제?
진단이 다르니 해법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선 부소장은 수억원씩 빚을 내지 않아도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쾌적하고 입지조건 좋은 임대 아파트를 계속 늘려가는 게 진짜 해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홍 연구원은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임대를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입장이다. 홍 연구원은 공공임대를 늘리기 보다는 집값을 끌어내려서 누구나 쉽게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김 단장은 공공은 영구임대, 민간은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물을 짓기도 전에 돈부터 받는 선분양제가 아니라 다 짓고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김 단장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은 잘 짓기 경쟁이 아니라 더 많이 광고하기 경쟁, 돈 땡기기 경쟁이다. 광고만 화려하게 하고 짓는 건 대충 짓게 된다. 김 단장은 후분양제가 건설회사들 폭리구조를 뿌리 뽑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이 처장은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토지는 공공의 소유로 하고 건물만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집값은 감가상각에 따라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집은 반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싸게 사서 10년, 20년 마음 편히 살라는 이야기다. 토지를 가진 사람은 토지를 점유하는 대가로 세금을 내고 토지가 없는 사람은 건물의 감가상각만 부담하면 된다.
해법은 모두 다르지만 네 명 모두 지금의 집값이 매우 비정상적이며 우리 국민들이 치르는 기회비용이 엄청나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거품을 방치하거나 부풀릴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빼야 한다는데도 한 목소리를 낸다. 선 부소장은 “지금 당장 금리를 인상하고 가계부채를 줄여 나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일본형 장기 불황을 막는 응급처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